한적한 카페나 로스터리와 같은 곳에 가면 꼭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때론 더블, 트리플샷도 괜찮다.
나에게는 편안한 맛이다.
어릴 때부터 수많은 병원과 한의원을 다니며 온갖 종류의 약을 먹은 탓이다.
삶의 기억이 처음 닿아있는 때부터 한약을 먹은 기억이 난다.
쓰다는 것은 단순히 익숙함이 다가 아니다.
몸 속에 들어가서 편안하고 깨끗하게 해 줄 거라는 믿음과 희망의 향기가 담긴 맛이다.
부질없었지만.
덕분에 혀에 닿는 것을 날카롭게 느끼고 향을 감별해낼 수 있다.
독특한 음식, 향신료, 커피, 술, 특히 차. 제일 좋아하는 녹차, 홍차, 허브차.
하이볼을 처음 마셔본 날, 무엇으로 만든 줄도 모른 채로 나는 나무향이 은은하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닥터로빈 본점에서 처음 에스프레소를 맛본 날은 쓴 맛보다 혀를 찌르는 날카로운 산미가 떠오른다.
치커리나 케일을 갈아 만든 녹즙도 나에게는 달게 느껴진다.
책상 한 켠의 작은 컵에 담긴 커피가 향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