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토)
어제 사은회에서 마시진 않았는데 와인과 맥주를 섞어 마셔서 그런가 머리가 아프다. 과음 다음날이면 가벼운 감기 몸살 증세 같은 숙취가 있다. 하루 밤 즐겁고 다음날 하루를 숙취로 버린다. 낭비가 크다. 이래서 과음을 되도록 피하려 한다. 사실 맥주 한두 잔이 제일 좋다. ‘딱 한잔만 합시다’라는 건 음주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체감’한 소린가 싶다. 그런데 딱 한잔만 하자 해놓고 딱 한잔만 하는 건 사회생활 모르는 건가 싶겠지.
실직 후 제일 많이 버리고, 버린 게 ‘하루’인데 숙취로 그깟 하루 또 버린 게 큰 낭비일까. 신앙 차원에서는 인류의 죄로 신의 아들이 대신 죗값을 치러 얻은 게 그게 오늘 하루이다. 그렇게 값지게 얻은 하루인데 막상 하루하루 반복되니 지겹게 느껴진다. 신의 아들을 희생하면서 까지 누리는 귀한 하루를 멍청하게 날려버리는 걸, 신은 어떻게 보실까. 신의 아들로 인한 새 삶에 감사하다고 고백하는 신앙인이 이렇게 하루, 이틀, 사흘을 날려버리는 건 비신앙적 행태인 듯하다. 신앙인에게 ‘술 취하지 말라’는 계명은 술 마시고 다음날 숙취로 하루를 버리지 말라는 데 있을 법한데.
간단히 계산해도 하루 일당 10만 원이라면 지금까지 실직 85일째, 850만 원을 벌지 못했고, 수입 없이 지출만 했으니 이 얼마나 손해를 보고 있나. 이렇게 보내는 하루들은 쌓여가는데 은행 잔고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오후 5시,
숙취는 다 풀렸고,
하루를 이렇게 또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