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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ㅍ Dec 06. 2018

라자냐

가필드가 보증하는 

나에게 빨간머리 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앤에게 마침내 부푼 소매 옷이 생기는 것도, 술주정을 부리는 다이애나도 아니다. 시리즈 5권 <앤의 꿈의 집>에서 은퇴한 뱃사람 짐 선장이 앤에게 차를 대접하며 말한다. “크림을 아끼면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정말이지 맞는 말이다. 훌륭한 라자냐의 비결도 비슷하다. 치즈를 아끼지 말아야 하고, 소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것만 명심하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된다. 

라자냐 만들기를 익히는 것은 마당에 라임 나무를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특별히 날을 잡아 먹던 것이 내킬 때마다 먹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렇지만 번거롭지 않나? 나 또한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다. 나의 라자냐 인생은 이름 모를 인터넷 현자가 면을 따로 삶을 필요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제는 완전히 간판 요리가 되어서 툭하면 해먹을 뿐 아니라, 한번쯤 얻어먹지 못했다면 나랑 친하다고 할 수 없다. 


토마토소스

라자냐면 3장 

가지 1개 

호박 1/2개 

대량의 모차렐라 치즈 


1. 가지와 호박을 0.5센티 두께로 어슷하게 저민다. 

2. 덩어리 치즈라면 큼직하게 썰거나 손으로 적당히 찢는다. 

3. 내열 그릇 바닥에 소스를 넉넉히 깐 후 면을 올린다. 다시 소스를 바르고 가지를, 다시 소스를 바르고 호박을, 이런 식으로 반복한다. 

4. 소스가 남았다면 넘칠 지경만 아니라면 전부 부어버린다. 중요한 것은 면이 소스에 흠뻑 젖어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하면 딱딱하고 날카로워서 음식보다는 흉기에 가까운 것이 되어 버린다. 

5. 치즈를 더 이상 올릴 수 없을 정도로 올린다. 

6. 내열 접시를 받쳐서 180도의 오븐에서 40분 가량 굽는다. 30분 쯤 되면 면과 야채의 상태를 확인해가며 얼마나 더 둘지 가늠한다. 

7. 다 익었는데도 치즈가 좀처럼 노릇노릇해지지 않는다면 온도를 200도로 올린다. 그리고는 오븐에 꼭 붙어서 긴장한다. 자칫 타버려서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8. 남은 것은 한 번 먹을 만큼 냉동한 후 바쁘지만 맛있는 걸 먹고 싶을 때 전자렌지로 데운다. 



라자냐를 만들기 전날이나 전전날 토마토 소스 파스타를 만든다. 넉넉히 끓여서 파스타 1인분 양만 남기고 나머지는 덜어서 냉장 혹은 냉동 보관한다. 소스만 있다면 라자냐가 쉬운 요리에서 지나치게 쉬운 요리로 바뀌기 때문이다. 물론 시판 스파게티 소스를 사용해도 그럭저럭 먹을만하다. 치즈를 아끼지 않는 것만 명심하면 말이다. 


토마토소스 


토마토 6개 

양파 2개 

마늘 6쪽 

쇠고기나 돼지고기 다짐육 200그램   

올리브유 

소금 

말린 바질 


1. 토마토를 숭덩숭덩 썬다. 양파를 굵게 다진다. 마늘을 칼을 눕혀 지그시 눌러 으깬 후 다시 썬다. 

2.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약불에 마늘을 볶는다. 황금빛이 되면 양파를 더하고 투명해지면 고기를 넣어 노릇노릇하게 볶는다. 

3. 중불로 키우고 토마토를 넣어 주걱으로 꾹꾹 눌러 가며 볶는다(껍질이 입에 걸리는 게 싫다면 미리 데쳐서 벗기고 넣는다). 토마토 철이 아니라면 퓌레나 페이스트 등으로 대체한다. 

4. 덩어리가 대충 없어지면 다시 약불로 줄여서 말린 바질을 더한다. 가끔 저어가며 끓이다 적당히 걸쭉해지면 소금으로 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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