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 in 포르투갈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아이들 노랫소리 같기도 한 소리에 눈을 뜬다. 이곳 포르투의 자명종은 바로 갈매기 우는 소리다. 바다가 인접한 탓인지 포르투에는 비둘기만큼이나 갈매기가 많다. 이른 새벽 아무도 없는 거리는 이 녀석들 차지. 마음껏 활보하며 신나게 수다를 떤다.
고요한 새벽에 갈매기 수다를 들으며 침대에서 꼼지락 거리다 보면 내가 정말 지구 반대편 새로운 나라에 와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
내가 사는 곳에도 아침이면 참새와 황조롱이 등 나름 도시에 적응한 새들의 노랫소리가 가득할 것이다. 다만 온갖 도시 소음에 가려져 내 귀에까지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겠지. 도시소음이 사라진 이곳 포르투에서는 갈매기 수다소리가 신나게 새벽을 깨운다.
끼룩끼룩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절로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대에 나도 모르게 벌떡 자리를 박차게 된다. 이렇게 꽉 찬 마음으로, 이렇게 설레며 하루를 시작해 본 게 얼마만일까. 시작이 행복하니 오늘 하루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갈매기 소리가 포루투 도시의 에피타이저라면 메인 디쉬는 단연코 버스킹이다. 이 조그만 도시에 버스킹 스팟이 거짓말 안 보태고 수 십 군데는 될 것이다. 그 중에서 나의 원픽은 단연 포르투 대성당 앞 넓은 광장.
사실 제일 인기있는 장소는 도우로강이 한눈에 보이는 모루공원일 것이다. 항상 관객들이 가득하고 온갖 장르의 인디 가수들이 줄지어 공연을 하는 곳이니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짜릿한 감동을 안겨주는 곳은 바로 대성당 앞이다.
대성당 앞에는 넓은 광장이 있고 그 너머에 은은한 빛의 포르투 집들, 그리고 멀리 도우루강이 펼쳐져 있다. 풍경을 배경으로 삼삼오오 사진을 찍는 사람들, 한쪽 계단에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광장은 평화롭고 고즈넉하다. 그런데 이때 한 첼로 연주자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무심히 악기를 세우더니 활에 송진을 바른다.
잠깐 그의 호흡이 멈춘다. 이내 퍼지는 묵직한 저음. 순간, 마법처럼 지나가던 이들의 발걸음이 멈추고 연주자를 중심으로 둥그런 원이 그려진다.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 있었을까. 모두의 귀와 눈은 첼리스트 한 사람에게 꽂혀 있다. 숨소리마저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 그 어느 콘서트홀보다 더 날것인 그래서 더 감동적인, 세상에서 하나뿐인 연주이다.
이 시간을, 이 행복을 내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 곡, 두 곡, 세 곡…그 후로도 나는 한참을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