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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orge Chung Jan 31. 2021

6장. Acabado. 미지의 땅. 남미(아르헨티나)

유럽을 담은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

이른 새벽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부에노스아이레스. 피로에 몸이 한없이 늘어진다. 공항에서 택시를 잡고 숙소로 이동한다. 일단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역시 노숙은 쉽지 않다.


잠시간의 꿀 같은 휴식을 취하고 나니 좀 살 것 같다. 이제 도시 구경을 다녀오려 한다. 우선 시내로 나가 보카 주니어스로 향한다. 유럽을 표방하는 나라답게 건물도 유럽풍이 많다.

아르헨티나는 꽤나 치안이 좋다. 그렇다고 골목까지 좋은 건 아니다... 골목은 어느 나라든 주의해야 한다. 특히 남미는 마약거래도 많다고 하니 꼭 대로에서 사람 많은 곳만 다니자. 그리고 밤에도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아 야경을 즐기기도 나쁘지 않다. 아르헨티나에 대해 주의를 주자면 이나라는 인종차별이 매우 심하다. 길가면서 눈 찢는 걸 보는 건 예삿일이다. 뭐... 이 곳 사람들끼리 피부색이 더 하얀 사란이 덜 하얀 사람 차별하는 곳이니 말 다했다. 그런 일을 당할 때마다 기분이 매우 상한다. 근데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대할 경우 우리만 손해다. 이곳 경찰들과 같은 공권력은 우리를 전혀 보호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조심하고 다닐 수밖에 없다. 주의는 줄 수 있지만 싸우지는 말자. 시비 걸면 도망치는 게 상책.

보카 주니어 홈 경기장을 지나면 라 보카 지역이 나온다. 예스러운 건물과 함께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으며 기념품도 살 수 있다. 사람이 매우 많다.

노천카페에서 식사나 휴식도 가능하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해가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엘 아테네오 서점으로 향한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불릴 정도로 화려하다. 과거 극장이었던 곳을 개조했다. 내부는 화려한 천장화와 예술품으로 가득하다. 과거 무대였던 곳은 지금은 카페테리아로 운영 중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다.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모습이 마치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이를 책들이 바라보고 있다. 책이 사람을 보고 있다니. 주객전도가 이런 것을 보고 하는 말인가. 서점 하니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몇몇 사람들은 기념품으로 외국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가이드북이나 책 같은 걸 사 온다고도 한다. 그 생각이 문득 나서 여행서적 쪽에 가본다.

아르헨티나까지 왔으니 전통 요리인 아사도를 먹으러 왔다. 엄청 거창하게 말하기는 했지만 그냥 장작에 소고기를 구워 내는 것이다. 맛은 꽤 괜찮다. 하지만 가격은 괜찮지 않다... 아르헨티나는 물가가 우리나라랑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싸다. 의외로 식재료는 매우 저렴하다. 소고기 안심이나 등심이 1킬로그램에 만원을 안 한다.

3년이 지난 2020년. 트래블러라는 프로그램에서 3명의 배우가 함께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의 모습을 보니 당시의 향기, 입안에서 터지는 고깃덩이의 육즙의 맛 등이 내 뇌에서 떠다닌다.

저녁식사를 실컷 하고 이제 집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선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천천히 걸어가기로 한다. 가는 길에 오벨리스코가 눈에 들어온다.


숙소 근처 중국 식료품점이 있어 잠시 들어간다. 외국에서 한인 식료품점이 없다면 중국이나 일본 식료품점에 들어가자. 신라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계산하고 나오는 길에 가게 주인이 이곳은 치안이 그리 좋지 않으니 얼른 집에 들어가란다. 한국에 있으면 항상 치고받고 싸우는 중국인이지만 외국에서는 서로에게 힘이 되는듯하다.


오늘은 몸상태가 너무 별로라 사람들이 동물원을 다녀 올 동안 집에서 쉬기로 한다. 여행 중간중간에 이런 휴식은 필요한듯하다. 다들 사자를 직접 만져 볼 수 있다고 들떠서 갔는데 사실 난 뭐 아프리카에서 직접 만져봤으니... 아프리카 여행의 단점이 동물구경을 신물 나게 해서 호기심이 많이 줄어든다는 점이랄까... 저녁때 식당에서 보기로 하고 각자 여행을 떠난다.

오늘 저녁은 한식집(더큰집)이 괜찮은 데가 있다기에 그곳을 간다. 삼겹살을 시켰는데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 더 잘 나온다. 반찬은 이미 식탁을 다 채우고도 모자라 옆 테이블까지 찬다. 그리고 고기는 또 얼마나 많은지. 저녁식사는 너무 만족스럽다. 진수성찬이란 게 이런 것이리라. 그래서 이렇게 현지인들도 많구나 싶다.

숙소를 가는 중에 영화 해피투게더에서 나왔던 바 수르가 보인다. 조그마한 동네 술집이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인테리어가 근사하다.  안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각자의 일행들과 술 한잔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도 그 안에 껴보기 위해 자리에 앉는다. 맥주 몇 잔을 마시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내일은 오후에 이과수로 떠나는 18시간의 버스를 타러 가야 한다. 벌써부터 신물이 올라온다. 꼭 비행기를 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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