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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orge Chung Jan 31. 2021

6장. Acabado. 미지의 땅. 남미(아스타나)

고려인의 한이 서린 격변의 도시. 아스타나

뉴욕에서 파리를 지나 드디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기항지 아스타나에 도착한다. 아스타나는 카자흐스탄의 수도로 과거 러시아에 의해 강제로 이주된 고려인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우리랑 똑같이 생긴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사실 우리가 이곳을 가려고 간 건 아니고 저렴한 비행기를 찾다 보니 아스타나를 경유해가는 게 있어서 결정한 것이었다. 여행 출발 전 아스타나 항공 항공권이 있으면 아스타나 엑스포 입장권을 할인해준다기에 아스타나 시내 관광을 결심했다.

처음 내린 아스타나는 너른 벌판 위에 거대한 도시가 만들어지는 중이었다. 약간 어수선하지만 반듯한 도로, 높은 건물은 깔끔한 도시 분위기를 점점 만들어가는 듯하다. 공항은 그리 크진 않았다. 공항에서 나와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숙소로 향한다. 새벽에 내렸지만 늦은 밤 비행기라 예약 당시 아침에 체크인 후 밤에 체크아웃할 수 있게 양해를 구했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심지어 조식도 제공해주셨다.

공항에서 바로 숙소로 이동 후 식사를 하고 잠시 눈을 붙였다.


눈을 뜨니 오전 11시가 조금 넘었다. 집주인이 나가기 전에 근처 마트 위치도 알려주고 갔어서 점심거리를 살 겸 집을 나선다.

마트에 들어가니 신라면이 있다! 이렇게 반가울 데가. 신라면을 사고 들뜬 마음으로 방으로 돌아간다.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먹기로 한다. 다른 방을 쓰는듯한 사람들도 시끌시끌한 게 나갈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잠시 이야기를 하면서 엑스포에 대해 물어보니 꽤 볼게 많단다. 우리도 식사 후 엑스포에 가보기로 한다. 버스 같은 대중교통은 잘 갖춰지지 않아 우버를 불렀다.

들어가는 입구이다. 저 뒤에 보이는 구체가 메인 전시장인 누르 알렘(Nur Alem)이다. 이번 주제는 환경이라고 한다.

안에는 다양한 국가에서 친환경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중에 한국관이 있었는데 인기는 으뜸이라고 한다. 길고 긴 줄을 봐도 그냥 하는 말은 아닌 모양이다. 생각보다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의 인기가 꽤나 높다고 한다. 한류의 영향이라고 집주인이 말해주긴 했는데 사실 실감이 가진 않는다. 원래 집주인은 한국인 남자 친구가 있어서 한국에 놀러 가 있다고 했다. 지금 있는 사람은 원래 주인의 동생이라고 한다. 맙소사. 한류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실내에서 진행 중인 이벤트를 직접 체험해보니 인기가 가장 많을만하다. 다른 데가 너무 재미가 없다... 영상과 연극을 넘나드는 공연을 시작으로 마지막에 패드를 이용한 게임을 진행했다. 아이 어른 모두 만족하는 눈치다.

카페테리아로 가서 커피 한잔을 한다. 카자흐스탄의 낮은 뜨거운 태양에 몸이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습도가 낮아 그늘은 시원하다.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긴 뒤 다시 누르 알렘으로 들어간다.

층마다 다양한 주제로 전시를 진행 중이었다. 전체를 다 보는데 몇 시간이 걸리다 보니 엑스포에서 나왔을 때 저 멀리 노을이 지고 있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 저녁을 먹은 뒤 진짜 우리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드디어 집이다!


밤의 아스타나 공항은 차들로 북적인다. 이제 이 비행기를 타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리마를 시작으로 45일간의 세계일주가 끝이 났다.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에 역동성을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 준다 -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여행은 하나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45일간의 여행 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모습 그리고 안타까운 모습까지 수많은 광경을 경험했다. 모든 일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 남미 여행은 이것을 더욱 절실히 느끼는 여행이 아닌가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의외로 라파즈였다.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관광이지만 누구에게는 너무나 힘든 삶의 연속인 곳이다. 누군가에게는 가볍게 쓰는 돈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이어 나가게 해 줄 수단일 수도 있다. 남미의 대다수의 도시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소한의 사회적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은 곳. 하지만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 곳이 남미였다.

남미 여행 당시에는 남미 여행을 내 돈 주고 힘들지만 끝내주게 보람찬 여행이라 정의했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기를 쓰면서 다시 떠올린 남미 여행은 그 이상으로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사회적 안전망의 중요성. 가장 크게 느낀 게 그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여러모로 많은걸 느끼고 깨닫게 하고 또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과 힘을 준 여행이었다. 앞으로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꼭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곳이다.


열정이 가득한 남미. 아직도 이른 거리는 그 미지의 땅.


그 추억을 기억하며.

Acabado. 미지의 땅. 남미(풍경)

Acabado. 미지의 땅. 남미(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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