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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orge Chung Jan 31. 2021

EXTRA. 진주 생활

낯선 곳에서의 시작.

아직도 맨 처음 학교를 접했을 때가 생각이 난다. 때는 2014년 온 세상이 붉은빛으로 가득 해지는 계절이었다. 당시 PEET(약학대학 입문자격시험)를 치고 면접 준비가 한창이었다. 서류를 낼 겸 학교 구경할 겸 경상대학교를 찾았다.

첫인상은 학교가 정말 넓구나였다. 원래 다니던 중앙대학교는 좁고 경사가 심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잔디밭과 평지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막연하게 이 학교에 대해 호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기숙사에서 학교를 오가면서 더 절실하게 느끼긴 했지만 입구에서부터 뻗어있는 공원은 정말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첫 만남 이후 세 번째 만남은 약대생으로써의 첫 등교였다.

첫 등교를 반기는 듯 하늘은 푸르기만 하다. 24살에 다시 들어가는 대학이라니 또다시 설렘만 가득하다. 

약대는 공부량도 많고 과제도 많았다. 시험기간 때면 항상 밖에서 해를 본일이 없었던 것 같다.

약대 건물을 나와 기숙사로 갈 때면 항상 이 나무를 지나치곤 했다. 봄이면 잎이 나고 가을이면 단풍이지는 모습을 보다 보면 시간이 흘러감이 느껴진다. 

입학할 때만 해도 언제 졸업하나란 생각만 가득했지만 정신없는 대학생활을 지내다 보니 어느새 약사면허를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결국 시간은 흘러가고 모든 일에는 끝이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행 동아리를 만든 것도 있. 하지만 매번 여행을 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좁은 진주에서 할 수 있는 게 다양한 것도 아니다. 주말이면 우리는 자주 자전거를 타고 남강을 따라 진양호를 가곤 했다.

진양호를 갈 때면 항상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먹고 왔다. 호수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이 시작하기 전 통닭집 골목이 나온다. 튀김보다 찜닭에 가깝다. 매콤한 양념에 갖은 채소가 들어가 있다. 맛이 일품이다. 어느새 밥 몇 공기가 뚝딱이다.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하는데 위장 가득 쌓인 음식물이 몇 번이고 다리를 멈춘다.

또 다른 식당으로는 진양호 근처의 오리로스 집이다. 한상 푸짐한 반찬과 탑처럼 쌓여 나오는 오리고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롭다. 맛은 또 어떤가. 진주를 떠난 지 2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머릿속에서 맴돈다. 아내와 연애할 당시 아내가 진주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그때 한번 먹어보고는 진주 이야기만 나오면 떠오르는 모양이다.


그 외에도 진주에서는 기억나는 맛집이 몇 개가 있다. 

하나는 삼계탕이 정말 맛있었던 성지원이란 식당이다. 항상 몸이 힘들거나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을 때, 시험 끝났을 때 가던 곳이다. 두 번째는 이팝나무이다. 알다시피 진주는 육회비빔밥이 유명하다. 이팝나무 식당은 육회비빔밥에서 손꼽히는 맛집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식당에서 바로 강주 연못이 보인다. 강주연못은 연꽃이 참 예쁜 곳이었다. 몇 개가 더 있지만 저 2개의 식당만큼은 진주 가게 된다면 꼭 가보도록 하자.


진주는 유명한 축제가 몇 개가 있다. 그중 소개할 축제는 진주 남강 유등축제이다.

유등축제에 가면 진주성 내에 등을 밝혀둔다. 남강에도 예쁜 등을 띄워두어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처음 입학했을 때까지만 해도 무료였지만 어느새 입장료가 생겼다. 입장료가 있어서 그런가 퀄리티는 훨씬 올라갔다. 유등축제기간이 되면 전국에서 사람이 몰려 조용한 진주가 북적거리곤 했다.


진주에서 금방 갈 수 있는 곳이 몇 군데가 있다. 사천, 산청 등이다.

산청은 한방약초축제가 유명하다. 과가 과이다 보니 처음 입학한 뒤 축제가 열릴 때면 교수님과 가곤 했다. 게다가 지리산 자락이라 골이 꽤나 깊어 물놀이하기도 좋은 곳이 많다.

사천은 진주에서 가장 가깝게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그 유명한 삼천포가 있는 곳이다.

삼천포항에서 회를 떠서 삼천포 대교를 보며 먹는 그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종종 드라이브를 가던 기억이 떠오르는 곳이다.

진주에 있을 때를 생각해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처음 진주에 갔을 때는 심심할까 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할게 많고 즐길 것도 많은 도시였다.

진주가 그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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