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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gbong Mar 15. 2020

[단편] 구조대

우주를 헤매는 로봇 이야기

# 프롤로그




지구에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이 심각해졌다. 처음에는 모든 물고기에게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왔고 그다음엔 모든 육류에서 그다음엔 모든 인류에게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왔다. 처음엔 미세 플라스틱 부작용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기에 인류는 계속해서 플라스틱을 배출하였으나 이내 부작용이 나오기 시작했고 지구는 더 이상 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우주 밖으로 수색팀을 보내 인류가 살 수 있는 지구와 같은 별을 찾기로 했다. 다만, 가까운 우주에는 없었기에 이들은 동면상태로 떠났고 별을 찾게 되면 자동으로 깨어나게 되어 있었다. 이들이 출발하고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인류는 미세 플라스틱을 제거하는 기술과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기술을 찾아냈고 지구는 다시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 이에 인류는 이미 먼 곳에 있을 수색팀을 구조하기 위해 로봇을 개발하고 머나먼 우주로 보낸다.




# 1 구조팀




“안녕 진수? 난 캐럴이라고 해. 어느덧 이 광활한 우주를 여행한 지도 10년이 지났구나. 이제 막 태어난 넌 모르겠지만 이곳은 정말이지 멋진 곳이야. 적막한 어둠 속을 수많은 별들이 밝히고 있지. 별들은 모두 다른 빛으로 빛난단다.”




철을 뭉쳐 만든 동그란 구 모양에 눈코입이 달려있다. 그 앞에 사람과 똑같이 생긴 로봇이 말을 걸고 있다. 그의 행동은 사람과 거의 비슷하지만 종종 절제된 움직임을 보이며 각종 도구들이 내장되어 있는 팔과 다리를 필요시 적절하게 사용한다.




“아니, 아니야. 여긴 지옥이야. 끝도 없는 어둠을 아무런 이정표 없이 헤매는 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넌 아니? 어쩌면 영원히 아무도 찾지 못할 거 같아. 벌써 수많은 은하계를 뒤졌지만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 이제 난 어쩌면 좋을까?”




로봇은 앞에 동그란 인형을 한참 보고 있다가 말한다.




“뭐라고? 아직 10년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앞으로 10년 안에는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맞아 이제 겨우 10년이 지난 건데 내가 너무 길게 생각한 거 같아. 그냥 그런 느낌이었어. 이렇게 종종 멍하니 우주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 져. 그래서 널 만든 거야. 네가 날 설득해 주길 바랬거든. 그렇지 않으면 난 죽었을지도 몰라.”




로봇은 동그란 인형을 창가 쪽에 놔두고 계속 말한다.




“알아 내가 죽을 수 있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어. 시도해 보지도 않았어. 어쩌면 안될지도 모르지. 시도해 봐야 알 수 있는 거니까. 하지만 그건 테스트가 불가능하니까. 한번 해보면 돌이킬 수 없으니까. 그렇게 되고 나면 수색팀은 영원히 우주를 떠돌지도 모르니까. 그러면 안 되는 거겠지.”




로봇은 동그란 인형을 체육관으로 데려가 러닝머신 앞에 놔두고 뛰기 시작한다.




“그래도 내겐 네가 생겼으니까 앞으로 10년, 아니 50년은 더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고마워. 내 곁에 있어줘서. 네 덕에 덜 외로운 거 같아.”




[100년 전]




하얀 가운에 안경을 낀 여성이 그의 옆에 있는 남성에게 말한다. 그녀는 로봇공학자이고 그의 옆에 있는 남자는 그녀의 조수이다.




“감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감정이요? 왜요?”


“심심하잖아”


“교수님이요? 제가요?”


“로봇이. 얼마가 걸릴지도 모르는 구조작업을 해야 하는데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 그래서 혼자서도 잘 놀 수 있게 해 주는 거지.”


“감정이 있으면 혼자 놀 수 있어요?”


“감정이 없이 노는 것보다 재밌지 않겠어?”


“감정이 없으면 재미를 못 느끼잖아요.”


“맞아. 그러니까 감정이 필요하지”


“감정이 없으면 재미 없음을 못 느끼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감정이 필요하지. 재미없음을 느껴야 재밌게 놀 수 있지”


“… 알아서 하세요”


“그래, 너도 좋은 생각인 거 같지? 룰룰루~”




일주일 후, 교수와 조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실에 앉아있다. 조수가 얘기한다.




“감정을 넣으니까 시뮬레이션이 안돼요. 길어야 20년, 짧으면 10년 만에 죽어버린다고요.”


“어떻게 할까?”


“어쩌긴요. 감정을 빼야죠. 지금까지는 잘 됐잖아요.”


“안돼.”


“왜요?”


“심심하니까”


“교수님이요? 제가요?”


“로봇이! 방법을 찾아보자. 우린 할 수 있다! 아자아자!”


“또 야근인가요?”


“응”




3개월 후, 교수와 조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실에 앉아있다. 교수가 얘기한다.




“역시 난 천재야! 이제 잘 되지?”


“그러면 뭐해요. 교수님이 시간 개념을 바꾸는 바람에 한 달 내내 야근하면서 다른 코드들을 변경해야 했다고요! 작업하는 내내 달라진 시간 개념 때문에 저희 팀들도 헷갈려서 더 오래 걸렸어요.”


“응”


“하아… 죽여버릴 거야.”


“뭐라고?”


“교수님이요. 아, 아니 로봇이요. 이렇게 했는데도 잘 안되면 죽인다는 말이었어요.”


“이제 다 됐어. 테스트팀에 넘기고 1000년 정도 시뮬레이터 해보라고 해. 잘 될 거야. 100년을 10년 같이 느끼게 해 놨고 100년에 한 번씩 초기화시켰으니까 아무 문제없을 거야. 늘 그 상태 그대로 일 거라고.”




[다시 현재]




로봇이 창가에 인형을 놓고 그 앞에 앉아 있다. 그리고 그들이 보는 창밖에 뭔가 지나간다. 




“어? 우리가 찾고 있던 우주선인가!? 아… 그럴 리 없겠지? 그들이 떠난 지 수십 년이나 지났다고 했는데 우린 이제 막 출발했으니까. 아마 다른 우주선일 거야”



“그런데 넌 이름이 뭐야? 반갑다. 누가 만들었는지 잘만들었구나. 이름이 뭐야? 흠… 진수 어때? 앞으로 진수라고 부를게 괜찮지?”



로봇은 인형을 들고 흐뭇하게 쳐다본다. 


[100년 전]




테스트 팀 회의실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다들 피로에 지쳐 보인다.




“팀장님, 드디어 이번에 새로 들어온 모듈이 모든 테스트를 성공했습니다.”


“드디어 수색팀을 찾을 수 있겠구먼. 어서 출발시키게.”


“그런데 팀장님, 요즘 화성을 오고 가는 관광 우주선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그쪽 우주선에 걸리지 않을까요?”


“그 우주선들과 통신해서 피해가게 하면 되지 않을까? 다시 개발팀에 넘겨야겠군”


“결국 또 몇 년 늦어지겠네요.”


“흠… 아니면 이건 어떤가. 출발 후 초기 몇 년 안에 만나는 우주선들은 무시하는 걸세. 어차피 수색팀은 먼 곳에 있을 테니 구조 로봇이 만나려면 오래 걸려야 할 거야.”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그럼 개발팀의 추가 작업 없이 일정에 맞출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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