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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gbong Aug 07. 2023

단편 : 제로 상점

3가지가 없는 제로상점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희는 3가지가 없는 제로상점입니다.


1. 저희는 쓰레기가 없습니다.

2. 저희는 배송 시간이 없습니다.

3. 저희는 인간 직원이 없습니다.


이 놀라운 서비스는 출시된 지 하루 만에 1억 명의 가입자를 일주일 만에 10억 명의 가입자를 얻은 세계 최대 서비스이다.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그 어떤 기업도 따라 할 수 없는 기술로 제로상점은 가장 유명한 서비스가 되었다. 우리는 이 기사에서 그들의 서비스를 하나하나 훑어보려 한다. 


1. 저희는 쓰레기가 없습니다.

아마도 제로 상점이라는 이름과 가장 어울리는 소개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이름과는 별개로 듣는 이로 하여금 특별함을 자아내는 내용은 아니다. 이미 이런 서비스를 하는 곳은 많으니까. 하지만 이 문장의 특별함은 다른 두 가지와 결합했을 때 나온다. 그리고 이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이것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서 보내는 상품에는 포장이 없다. 보통 누런 종이박스에 상품을 하나하나 포장해서 보내는 게 이 시대 택배 사업의 본질 중 하나라고도할 수 있다. 실제로 택배 회사의 주가만큼이나 박스를 파는 회사의 주가가 같은 배수로 올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것의 중요성을 모르는 이는 없다. 너무나 당연해 아무도 쳐다보지 않은 이 지점을 이 회사가 해낸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보통 화물 안에 택배상자는 상품을 구분하는 역할도 하고 상품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보관하는 역할도 한다. 이 회사는 이 문제를 도대체 어떻게 풀어냈을까? 그것은 다른 두 가지와 함께 생각해 보겠다.


2. 저희는 배송 시간이 없습니다.

놀랍게도 정말 이곳은 배송 시간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주문하는 즉시 배송이 됩니다. 물론 이것도 이 회사만의 특징은 아닙니다. 일부 지역의 경우 배송터널이 아파트단지까지 연결되어 있어 직접 물류를 지하까지 자동으로 받을 수 있죠. 하지만 이 서비스는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지역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한 가지 재밌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당신이 정보를 공유해야 합니다. 당신의 동선을 미리 알아야 거기에 맞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밌지 않다고요?", "개인정보 문제는 어떻게 하냐고요?" 이 제로상점에서는 절대로 고객 정보가 새어 나가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또한 새어나가더라도 완벽하게 암호화되었기 때문에 그것으로 아무런 정보도 알아낼 수 없다고 합니다. 내부자들 또한 고객의 정보를 이용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3번과도 연결되는데요. 이따 얘기해 보도록 하고 우선 배송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죠. 그래서 이곳은 정말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빠르게 택배상자도 없이 당신이 원하는 것을 배송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캠핑장으로 간다고 해봅시다. 당신은 깜박하고 뭔가를 놓쳤습니다. 과자 같은 간식일 수도 있고 칫솔 같은 간단한 생활용품 일 수도 있습니다. 제로상점은 모든 것을 간파하고 당신보다 먼저 배송을 시작해서 당신이 필요한 시간에 미리 당신에게 배송을 해둡니다. 놀랍지 않나요? 이 글을 쓰는 저도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여 뭔가를 주문해 봤습니다. 뭘 살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펜 한 자루를 시켜 봤는데요. 놀랍게도 주문을 하고 밖으로 나가 우리 회사 1층에 있는 제로상점 전용 리시브박스라는 것을  열어보니 그곳에 펜이 있었습니다. 제가 주문하고 밖으로 나가 제가 주문한 펜을 보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5분도 채 안됩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제로상점의 말을 잠시 들어 보도록 하죠.


"저희는 고객이 알려준 정보를 토대로 고객이 필요한 물건을 '미리' 배송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가입하자마자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고 적어도 하루 정도의 대기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기간 동안 저희는 고객과 연관된 모든 것을 파악하죠. 물론, 가끔 틀릴 때도 있는데요. 그럴 땐 주문하신 금액의 2배를 현금으로 보상해 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99.98%의 확률로 저희는 고객이 원하는 주문을 정확하게 배송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예측 시스템인데요. 어떻게 보면 섬뜩하기도 합니다. 제가 이 서비스를 쓰고는 이후 다른 서비스는 전혀 못쓰겠더라고요. 너무나도 편리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보다 저를 더 잘 아는 느낌이라 섬뜩한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너무나 편해서 쓸 수밖에 없는걸요.


3. 저희는 인간 직원이 없습니다.

이것 때문에 일부 택배 직원들이 이 서비스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이미 다른 업체들도 로봇들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이 회사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미래라고 봐야겠죠. 놀라운 것은 택배뿐 아니라 이 회사의 모든 시스템이 로봇에 의해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회사를 창업한 창업자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로봇이라니 믿어지시나요? 게다가 창업자는 일선에서 손을 떼었습니다. 경영마저도 로봇이 잘한다고 하는 이유에서였는데요. 창업자는 여기서 버는 대부분의 돈을 사회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놀라운 회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2번에서 개인정보 이슈를 이야기했었죠. 고객의 모든 데이터는 암호화돼서 저장되고 기계만이 알아볼 수 있는데요. 이 회사는 기계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데이터 문제를 피해 갈 수 있었습니다. 내부에서 '인간적인 실수'로 데이터가 새어나갈 일은 없는 것이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로봇이 실수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이 회사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100억의 현상금을 걸고 해킹 대회를 합니다. 이 대회는 1년 내내 진행되는데요. 누구라도 이 회사를 해킹하는 데 성공한다면 바로 100억의 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태 아무도 성공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제로상점에 대해 소개해 드렸습니다. 어떤가요? 이용해 보고 싶지 않은가요? 벌써 국내 인구의 50%가 사용 중이라고 하니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분들이 사용 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아직 사용해 보지 않으셨다면 꼭 써보기를 추천드립니다. 당신은 더 이상 물건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이 원하기도 전에 이미 당신이 원할 물건을 배송해드리는 제로상점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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