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entle rain Jun 20. 2023

누가 내 머리에...

훈련소에 입소한 아들에게 쓰는 편지 9

 아들,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아들에게 노래 불러주고 싶네. 

"수고했어 오늘도~" 

아빠도 수고한 하루였어. "토닥토닥"


 집 앞에 남성전용컷 미장원 알지? 지난주에 거기에서 이발했는데 거의 군인 수준으로 깎아주더라. 가위는 거의 쓰지 않고 이발기로 앞머리까지... 다시는 가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출근하니 선생님들이 멋지다네ㅋㅋ 그래도 다시 가고 싶지는 않았어.  

 오후에는 교감선생님이 아빠를 보고 아들이 군대 갔으니 아빠도 군인처럼 이발한 것 같다고 하시더라.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니 짧은 머리가 만족스러워졌다고나 할까?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동화책이 생각나네. '누가 아빠 머리에 장난을 쳤지?'에서 '아들처럼 군인같이'로 아빠의 헤어스타일을 정의 내리니 마음이 편안~하네^^


 아들의 훈련소생활도 그런가 보다. 아빠는 힘들고 고생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들은 씩씩하게 밥도 맛있다고 하고, 지낼만하다고 하니 말이야. 아들의 긍정 마인드는 아빠가 배우고 싶다. 

 동생은 중간고사기간이라 공부하고 있고, 엄마는 코~ 주무시고, 아빠는 엄마 잠든 사이에 몰래 쫄면을 끓여 먹었지. 살찌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훈이 삼촌과 몇몇 형제들이 함께 하는 성경통독 오늘 본문이 누가복음 15장~18장이었어. 18장의 맹인의 외침이 인상적이었어.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연이은 그의 외침에 예수님은 그를 구원하시고 보게 하셨지. 말씀을 보면서 아빠는 언제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는지 돌아보게 되더라. 아들의 기도제목을 가지고 "다윗의 자손 예수여!"라고 외치며 기도하려고 해. 그리고 때론 버겁게 느껴지는 아빠의 일상 속에서 그의 부르짖음처럼 기도해야겠다.


 잘 자요. 우리 아들. 사랑해!


                                                                                                  2023.4.24. 아빠가 



작가의 이전글 아들의 두 번째 전화를 받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