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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 rain Jan 01. 2024

새해에는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방학을 앞두고 감기가 걸렸다. 지난여름방학 때도 그랬다. 몸이 쉴 때임을 아나보다. 어질어질, 콜록콜록이 이어지던 종업식이자 졸업식 날, 애국가와 교가 지휘를 해야 해서 양복을 입었다. 국민의례 순서를 앞두고 허물을 벗듯 코트, 목도리, 마스크를 벗었다. 애국가 지휘를 끝내고는 다시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한참 뒤의 교가제창 순서를 위해 졸업식장 구석에 쭈그려 앉았다. 웃는 얼굴로 기침을 하지 않고 무사히 교가지휘를 끝냈다. 아... 드디어 방학이다!


 감기가 심해진 막내를 집에 두고 송구영신예배를 겸한 주일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드리고 오니 자기 방에서 누워있던 막내가 안방 침대로 왔다. 해열제를 한 알 더 먹였더니 땀으로 내복이 다 젖었다. 막내와 내가 안방 침대에 누웠다. 아내는 거실에 온열매트를 켜고 따로 자기로 했다. 초저녁부터 침대에 함께 누운 막내가 신음소리를 내면 따뜻한 물을 먹이고, 다시 내복을 갈아입게 하고, 나도 기침이 나면 따뜻한 물 한 모금 마시고 눕고, 배가 살살 아파 깨서 화장실 가고..... 땀으로 젖은 막내의 등을 수건으로 닦아주고, 열이 내렸는지 손을 얹었다. 막내가 어릴 때 아프면 아내와 밤새 간병을 했던 때가 생각났다. 이젠 아빠보다 커져 곧 대학생이 되는 막내. 나도 아파서 정신이 혼미했지만 흐뭇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밤새 둘이 아픈 채로 2024년 새해를 맞이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막내와 나 모두 컨디션이 나아졌다. 아내가 끓여 준 맛있는 떡국을 먹으니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기침은 계속되었지만 새해를 맞이하여 아침 식사 후 가족예배를 드렸다. 지난 한 해 감사한 제목들을 나눴다. 큰 아들의 카투사 입대와 만남의 축복, 막내의 수시지원 합격과 징계를 통한 영적 회복, 아내의 직장 생활의 고난 중 승리케 하심,  오랜만에 귀국하신 아버지와의 만남과 새로운 시작을 하도록 은혜 주심... 돌아보니 모든 것이 은혜였다. 


 버벅거리던 컴퓨터를 큰 아들이 손봐줬다. 불빛이 깜박거려 제대로 작동하지 않던 안방 침대 위의 온열매트도 큰 아들이 슬쩍 만졌더니 제대로 작동을 했다. 신기하다. 큰 아들에게 수고비를 주기로 하자 컴퓨터가 빠르게 고침완료되었다.^^ 

 기침이 잦아져 다시 침대에 누웠다. 점심으로 아내표 김밥과 따뜻한 물을 먹고 기운을 냈다. 아내가 막내의 방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내 책상과 책장을 정리했다. 새해 들어 처음 한 정리정돈. 내일은 옷장을 10분 동안 정리하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여기저기서 보내온 문자들에 답장을 보내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어제의 어질어질은 없어졌다. 감사하다. 

새해에는 무엇보다 은혜를 구하며 건강하기를 애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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