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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 rain Feb 05. 2024

언제 행복하세요?

 장례식장에서 고깃국에 밥을 말아먹은 오늘 저녁, 행복했습니다. '장례'와 '행복'이 어울리지 않는 단어임에도 올해 들어 네 번째 찾아간 장례식장에서 먹은 밥도 역시 맛있었습니다. 매번 비슷한 반찬이었지만 조문을 한 후 국밥 먹는 순간은 매번 행복했습니다. 장례예배를 드리고 시장해서였을까요?  

 제 장례를 치르게 되는 날이 언젠가 오겠지요. 제 장례식장 온 조문객들도 저처럼 맛있게 식사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제 영정사진도 웃는 얼굴이었으면 좋겠고요. 저도 천상병시인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라고 말하고 싶으니까요.   


 그제,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서로 지내온 날들을 진솔하게 나눌 때 행복했습니다. 세월이 선물한 주름 속에서 지난날의 아픔들이 전해져 안타깝기도 했지만 서로의 건강을 빌어주고,  다시 또 만나 맛난 것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 기대되어 행복했습니다. 친구의 류머티즘 관절염이 부디 통증 없이 잘 다스려져서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른 아침에 나갔다가 귀가한 아들을 꼭 안아줄 때 행복했습니다. 체온이 전해지는 아들과의 포옹은 늘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내일은 친구들과 놀러 가서 요리대회를 한다고 준비물을 챙기는 아들. 이제 곧 대학생이 되는 아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 엄마 껌딱지였던 아들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훌쩍 컸을까 싶습니다. 


 아내와 손을 잡고 겨울 바다 앞에 섰을 때 행복했습니다. 함께 파도소리를 듣고, 일출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몽돌로 물수제비를 날렸던 올 겨울은 의도치 않게 날짜순으로 남해, 서해, 동해를 모두 다녀왔네요. 아내와 새벽에 잠이 깨어 급작스럽게 떠났던 동해바다 여행을 시작으로 앞으로 무계획 여행을 종종 갈 것만 같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릴 때 행복합니다. 글을 쓰면서 내 감정과 생각이 정리되어 행복합니다. 졸필임에도 불구하고 공감의 하트가 눌려질 때 또한 행복합니다. 더 자주 글을 올리고 싶습니다. 작은 행복들의 빈도를 높이고 싶어서요.  


 행복할 때를 생각해 보니 더 많이 있는데, 슬슬 졸음이 오네요.^^ 

 잘 자는 것 또한 행복합니다. 

여러분은 언제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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