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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 rain May 24. 2024

결혼식 축가와 다이어트

 3년 전, 친한 동생의 할머님의 부고장을 받고 조문을 갔다. 동생은 자신의 후배라며 조문 후 혼자 밥 먹고 있는 내게 소개해 주었다. 동생은 후배에게 "형은 상담선생님이야. 너랑 얘기가 잘 통할 거야"라고 말하고 다시 조문객을 맞이했다. 후배는 내가 다니고 있는 교회를 전에 다녔고, 동생과 함께 대학부에서 찬양팀을 했다. 교회, 신앙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였을까? 화제가 급진전했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후배는 그 당시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제 서른, 푸르디푸른 청춘이 한정된 공간에서 하루종일 어르신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짐작되었다. 거기에 각종 민원과 직원들 관리까지 해야 했던 후배는 많이 힘들어 보였다. 

 장례식이 끝나고 셋이 함께 만났다. 동생도 결혼생활이 맘 같지 않은 상황이었다. 


"우리 셋이 카톡으로 매일 감사일기를 써보자. 어때?" 내 제안에 모두 찬성을 했고, '감사 세겹줄' 카톡방을 만들었다. 카톡방 공지사항에는 전도서 4장 12절을 올렸다.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리라" 

 우리는 매일 감사톡을 나누며 '좋아요'와 응원의 댓글을 남겼다. 2주에 한 번꼴로 퇴근 후 동생 회사 사무실에서 찬양과 기도모임을 가졌다. 코로나 시기에는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모임을 지속했다. 2년 가까이 이어져 온 모임은 총각인 후배가 연애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점점 뜸해졌다. 


 "형, 청첩장 드릴게요. 제가 밥 살게요." 후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청첩장을 주며 축가를 부탁했다. 답변을 머뭇거리는 사이, 후배는 내게 주례를 부탁하려고 했단다. 

"축가할게"

 주례는 무슨, 조금은 쑥스럽지만 30대, 50대 유부남 둘이서 축가를 하기로 했다. 축가곡을 고르고 동생 사무실에서 두 번의 연습을 마쳤다. 그런데 동생이 묻는다. 

"형, 저 결혼 예복이었던 양복 한 벌 있는데, 안 맞아요. 어쩌죠?"

 동생이 질문이 끝나자마자 나는 곧장 답했다. 

"잘됐다. 나도 요즘 배가 나오는데, 우리 다이어트해보자."


 재미교포 사업가가 개발한 'noom'이라는 다이어트 앱 초창기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던 시기가 있었다. 고혈압 약을 먹었는데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아 식사를 조절해야 했을 때였다. 현재 키와 몸무게를 앱에 기록하니 적정 몸무게와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칼로리가 계산되었다. 목표 몸무게에 도달하기 위해  매끼마다 앱에서 제시하는 칼로리에 맞춰 먹은 음식과 운동을 기록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자 6kg이 빠졌다. 몸이 가벼워지고 혈압도 낮아졌다. 3~4개월 동안 기록을 하지 않아도 몸무게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한 번 야식을 한 이후, 생활습관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몸무게 돌아왔다. 동생에게 유료로 바뀐 앱을 알려주자 삼성핸드폰에도 그와 같은 기능이 있다고 했다. 

"그래, 한 번 해보자"


 이번에는 동생과 함께 음식기록을 시작했다. 매일 스쾃 300개, 윗몸일으키기 50개, 팔굽혀펴기 50개도 병행했다. 매끼마다 먹은 음식을 동생과 카톡으로 공유했다. 이제 일주일이 지나간다. 몸무게는 미세하게 줄었지만 건강해지는 느낌은 크다. 양복 단추가 닫히기는 하는데 축가를 부르다 자칫 단추가 떨어질까 염려가 된다. 결혼식은 내일. 오늘은 동생과 축가연습 후에 칼로리 낮은 곤약우동으로 저녁을 먹어야겠다. 


그런데...

결혼식 음식이 맛있을 텐데...

결혼식 음식은 맛있게 먹고, 저녁을 적~게 먹는 것으로...^^


#라이트라이팅 #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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