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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잎 Jun 19. 2024

<전시> 크루즈 디에즈 : RGB, 세기의 컬러들 리뷰

색에 대한 깊은 탐구

좋아하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인 라프 시몬스(Raf Simons)는 색과 관련된 말을 남겼다. 색상은 당신이 입는 옷을 정의하고, 그것을 입는 사람을 표현한다." 색상에 대한 본질을 꿰뚫는 표현으로 디자이너들에게 있어 색상은 감정, 스타일뿐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과 철학까지 담아서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라는 것을 간결하게 표현했다.


다양한 패션 브랜드의 컬렉션을 볼 때 어떻게 색을 사용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색을 잘 활용하는 컬렉션은 뇌리에 깊게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다니엘 리가 부임한 이후의 버버리를 매우 좋아한다. 전통적인 버버리의 상징인 체크를 기가 막힌 색 조합으로 세련되게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원색이라도 어떤 질감의 원단에 어떻게 조합했는지에 따라 전체적인 느낌과 세련됨의 정도가 차이가 있듯이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색을 조합하고 배치하는지를 관찰하는 것도 컬렉션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이다.

패션계뿐만 아니라 산업 분야에서도 색이 가지고 있는 중요성은 무시 못하고 우리 일상 속에 깊숙하게 침투해 있다. 그리고 색의 본질을 깊게 탐구해 색의 조합만으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예술가가 있다. 바로 카를로스 크루스-디에즈((Carlos Cruz-Diez)이다. 이번에 그의 전시를 다녀왔다.


카를로스 크루스-디에즈는 색을 독립적인 실체로 탐구하며 이를 통해 전시 관람자에게 동적이고 상호작용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이다. 그의 예술은 색과 빛을 혁신적이게 적용한 작품으로 유명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색이 어떻게 행동하고 인식되는지에 대한 연구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색’에 대한 관점을 한 층 더 깊게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다. 표현이 이상할 수 있지만 색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신비로운 전시였다. 전시는 크게 <색 포화>, <색 평면 작품>, <색 간섭 환경>으로 크게 3가지 파트로 구성이 되어있다. 작품수가 많지는 않지만 전시 전체가 색으로 꽉 차있기 때문에 온몸으로 색을 경험하는 전시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색 평면 작품’들이었다. 착시효과를 어느 정도 반영해서 철저히 계산되어서 색칠된 작품은 독립적인 색들이 하나로 뭉쳤을 때 제3의 색을 보여준다는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가까이서 보면 불규칙하게 그려진 선들이지만 각각의 선들을 멀리서 보았을 때는 하나로 모이면서 화려한 착시효과와 같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내 작품에서 색은 공간과 현실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 속에서 나타나고 사라집니다.” 크루스 – 디에즈


찬찬히 둘러보면 우리는 온갖 종류의 색에 둘러싸여 있다. 리뷰를 쓰고 있는 와중에도 마우스패드는 버건디 색이고 마우스는 형광색이다. 글을 쓸 때마다 집중하기 위해 놓는 모래시계의 모래는 샛노란색이다. 하지만 이런 색들을 '경험'했다고 느낀 적은 없다. 무의식 중에 '보았을 뿐이다.' 일상에서 색을 인지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주위에 있는 색들에 많은 관심이 생겼다. 같은 노란색이어도 어느 재질에 칠해졌는지에 따라 느껴지는 정도가 다르고 어떤 색과 같이 배치되어있는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색 간섭 환경> 전시장에서 배웠던 감각을 일상 속으로도 가져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색상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감정, 문화, 기능, 창의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은 색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분위기를 형성하며, 시각적 경험을 풍부하게 만든다. 


삶을 사는 데 있어 색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전시이다.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색상을 조용한 혁명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와 같은 말을 직접 구현한 것이 바로 크루즈 디에즈라고 확신한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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