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런 질문을 보았다. 만약 외국인 친구가 놀러 온다면 대한민국 각 지역 별로 여행하기 좋은 곳을 추천해 줄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쉬운 질문일 줄 알았지만 막상 지도를 보니 가보지도 않은 곳이 참 많았다.
문득 항상 비슷한 국내 여행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언젠가 대한민국의 다양한 지역들을 탐방하며 나만의 여행 스폿을 만들어 보는 게 작은 목표가 되었다.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아직 제대로 실현은 하지 못했지만.
그런 의미에서 책 <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는 내가 지향하는 바를 완벽하게 구현한 책이었다. 대중적이지 않은 숨겨진 여행지들을 발굴해서 소개를 하는, 그것도 멋진 사진과 글과 함께.
책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사진을 통해 국내 여행지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총 71개의 여행지를 소개를 하며 익히 들어본 곳과 처음 들어본 곳들이 조화롭게 구성되어있다. 흔히 말하는 ‘인스타용’ 관광지가 아닌 작가가 직접 방문하고 체험하고 기록한 소중한 여행지들이다.
사진작가이기에 사진 찍기에도 좋은 명소들이라는 점도 해당 책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 중 하나이다. 71곳을 모두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해도 인생이 꽉 채워질 것이 분명했다.
해당 책을 통해 수려한 자연경관을 가진 새로운 국내 여행지를 많이 알게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조용한 자연이 좋아져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조용(?)해 보이는 여행지들에 특히 관심이 갔다.
사진의 가지고 있는 힘은 매우 다층적이다. 단순히 순간을 기록한 것을 넘어서서 그 순간에 담겨있던 감정과 온도 등까지 구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책처럼 전문적으로 사진을 배워서 찍지는 못하고 핸드폰으로 찍기는 하지만 내가 여행 간 곳을 사진과 글로 기록을 하면 보다 풍성하게 순간들을 담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시간은 무참히 모든 것을 파괴한다. 모든 것을 과거라는 이름으로 ‘무’로 보내 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시간의 파괴성에 역행하기 위해 기록을 한다. 그리고 기록 중에 직관적으로 와닿는 것이 ‘사진’이다.
사진은 개인의 삶과 기억을 보존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사진, 여행 사진, 개인적인 순간을 담은 사진들은 우리를 구성하며,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이 된다. 그래서인지 한 때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었지만 오히려 주객전도가 될 거 같아서 아직은 사진을 단순히 순간을 기록하는 의미로만 활용을 하고 있다.
또한 이번 책을 통해 여행을 좀 더 세분화해야겠다는 것도 느꼈다. 계절별로 나누고 목적별로 나누면 여행을 보다 알차기 구성해서 즐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참에 분기와 계절별로 굵직한 여행계획을 세워 놓으려고도 한다. 반복적인 일상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시간이 흐르는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즐기고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그로니에의 책 <섬>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사람들은 여행이란 왜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언제나 충만한 힘을 갖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일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한 달 동안에, 일 년 동안에 몇 가지의 희귀한 감각들을 체험해 보기 위하여 여행을 한다. 우리들 마음속의 저 내면적인 노래를 충동질하는 그런 감각들 말이다. 그 감각이 없이는 우리가 느끼는 그 어느 것도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여행의 본질을 관통하는 글귀이다. 일상에서 채우지 못하는 다채로움을 채우기 위해 여행을 떠나야 한다. 억지로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0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