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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nd Apr 13. 2024

빈 고통 허물기 (아틸라 마르셀)

영화 속 '세상' 돋보기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어린 시절 어떤 충격으로 말을 못 하게 된 폴의 시점에서 그의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우연히 아래층에 사는 프루스트 부인의 집에 들러 그녀가 키우는 식물이 든 마들렌을 먹으면서 폴은 자신의 과거 기억을 찾게 된다. 그 과정에서 허상에서 비롯된 왜곡된 자신의 세계를 허물고 자신의 세상을 짓는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원제는 <아틸라 마르셀>이다. 제목만으로 보면 아내를 때리는 남자를 이야기로 한 노래 제목이자 프로 레슬러 아버지의 활동명이기도 한 ‘아틸라 마르셀’의 이야기다. 동시에 그건 ‘아무것도 아닌’ 것에 관한 이야기다. ‘아틸라 마르셀’이라는 인물은 폴의 아버지가 아닌, 그가 연기한 인물일 뿐, 엄밀히 말하면 허상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아틸라 마르셀’이란 허상의 인물은 폴의 세상 전부가 된다. 폴의 어린 시절 시점에서 아틸라 마르셀을 연기한 아버지는 폴이 한창 세상을 파악할 때 가장 큰 축으로 남았다. 아버지가 어릴 적 유모차에 타고 있던 자신을 무섭게 바라보며 장난치던 것이 폴에게는 두려운 기억으로 남는다. 또 프로 레슬러인 아버지가 역시 같은 경기를 하는 엄마와 합을 맞춰보는 것 역시 유아 시절 폴의 눈으로는 부모님이 싸우는 것으로 착각한다. 어린 시절 부모와 가정은 곧 세상의 전부나 마찬가지인데, 그런 오해는 마치 폴에게는 전쟁과도 같은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폴은 성인이 된 지금에서도 엄마와 아버지가 같이 찍힌 사진에서 아버지는 오려서 서랍에 넣어 둔다.      



 폴은 프루스트 부인이 주는 마들렌을 먹고 과거 기억을 찾는 과정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아버지에 대한 무의식에 남은 기억에 대한 오해를 푼 폴은 세상에 태어나보니 정작 자신을 만들어 낸 부모라는 세상들이 서로 싸우며 자신을 배척한다는 비극이 허상이었음을 깨닫는다. 그제야 폴은 왜곡된 허상의 세상과 화해한다. 잘라냈던 아버지 사진도 붙인다. 

 


 입을 열고, 사랑하고 아이를 낳으며 자신이 바로 세운 세상을 산다. 그의 부모가 어릴 적 말했던 “자기 뜻대로 살 거예요”라고 말한 것처럼. 영화 첫 시작에 나온 그의 장난이 담긴 공포스러운 표정이 아닌 미소를 띤 표정으로 아이에게 “아빠”라고 말한다. 또 다른 세상을 짓는 아이에게 건네는 폴의 아버지의 방식이 아닌, 자신의 지은 세계의 인사다.     


 삶이 괴로운 것은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해서다. 그 이유 가운데 많은 경우, 스스로가 오해나 무의식으로 만들어 낸 허상의 고통이 들어차 있어서 있는 것이 아닌지 영화는 묻는다.      


 세상이 개개인의 세상을 편집할 순 없다. 세상을 편집하는 건 개인의 한정된 기억과 시야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영화에서 ‘아틸라 마르셀’로 상징된 ‘빈 고통’이라는 찌꺼기가 남는다. 이 찌꺼기를 깨끗이 비우는 것이 자신의 삶을 사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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