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들러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앉아 있곤 한다. 8년째 가는 곳이다. 그런데도 법당 문을 열 때마다 얼마나 망설이는지 모른다. 누군가 벗어놓은 하얀 신발 때문이다. 제약도 없이 열린 공간에 누가 있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꼴이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막상 문을 열어보면 안에 누가 있는 건 또 아니다. 그럼, 저 신발을 신고 온 사람은 어떻게 나갔을까, 절에 계신 분들의 동선이나 편의를 위해 들고나기 편하게 문마다 놓아두는 신발이겠거니 했다.
그러다 며칠 전 신발의 용도를 깨우치듯 알아챘다.
뜨거운 햇빛을 피해 일몰 시각에 맞춰 러닝을 하느라 저녁 7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잠시 인사나 한다고 들렀는데 법당 문이 잠겨있었다. 24시간 편의점도 아니지만, 법당 문이 잠길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당황해 주위를 둘러보는데 그제야 항상 놓여 있던 하얀 신발이 없다는 걸 눈치챘다.
-아, 이거구나.-
신발이 놓여 있으면 문이 열려 있다는 의미였구나. 절 예절인지 모르겠지만 물에 물감 풀어지듯 마음이 편안해졌다.
참으로 조용하고 친절한 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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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 흡연 문제로 주민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였다는 경고문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살인 부른 담배 연기, 이웃 1명 숨져'
캡처한 뉴스 화면 아래 경고문구가 적혀 있다.
"다음엔 너야"
간결하고 명확하다. 감정이, 심경이 그대로 전달되고 너무나 납득이 되는 문구다.
-진짜 분노가 극에 달했네. 층간 흡연은 못 참지. -
백날 말로 해도 못 알아듣는 일에 어지간했을까, 참고 견딘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데 친절한 공지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러니 공지가 아니라 경고문이겠지.
하얀 신발에 온화해진 마음이 현실 앞에 금세 아득해진다.
사진 출처: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