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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 삼거리에서 Jan 08. 2020

7단계 - 비워 가는 마음

혼자 하는 행복 학습 8단계

       


세상사 무언들 완벽한 게 있으리오

좀 부족해도 흠 좀 있어도

누군들 아니 그렇겠소

   

돈 보고 달리니 사람 잃고 명예는 언감생심

가족 책임지다 보니 청춘이 간 데 없고

모두 가진들 건강 하나만 못 하고

이제 건강마저 나이 앞에 당해낼 재간이 없지 않소  

  

그래도 평생 할 만큼 해봤고

이제도 부족하나 없는 것보다는 많이 지녔고

어차피 때 되면 공수래 공수거  

  

나이들어서

채우려는 욕심 좀 내리고

대신 조금씩 비워 가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것소

그래야 좁은 자리나마 여유가 찾아오고 행복이 둥지 틀지 않것소  

  

돈 좀 부족하면 어떻소

의식주 따스하고 남한테 손 안 벌릴 정도면 되지 않것소

가질수록 부족한 게 돈 아니것소   

 

명예가 별거겠소

얼굴 안 망가지고 모르는 이가 날 몰라본들 그게 더 편치 않것소

아는 이가 알아주면 족하지 않것소    


가족은 잘해 온 거 앞으로도 잘할 것 아니것소

몸은 돌아가며 고장 나서 걱정이지만

치매 아니어서 생각 온전하고

사지 멀쩡해 걸을 수 있으니 감사해야 하지 않것소  

   

쉴 만하면 쉬면 되지만

노동의 즐거움이 아쉬우면 쉬엄쉬엄 일하면 되지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촉박한 지금은

곧 60세 한 바퀴 돌아 새로이 한 살이 시작되는 지금은

왜 사는지

무엇이 행복인지

짚어 가며 살아야 하지 않것소 

   

그래야 어느 순간 병들어 자리에 누워 찾는 이가 끊겨도

언젠가 죽음의 문턱에 홀로 서더라도

지난 삶을 돌이켜 반추하면

그저 열심히 살았노라는 거 하나 말고

의미 있는 삶,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절로 입가에 미소가 살포시 번지지 않것소

누군가에게 행복했던 기억을 남겨주지 않것소

   

채우려는 욕심보다 비워 가는 마음이 필요할 때 아니것소

왜 사는지

무엇이 행복인지

짚어봐야 하지 않것소  



2017. 11. 30    







-- 주의


이 단계가 어렵다. 보충 학습이 필요하다.




-- 학습 목표


1. 마음을 비운다.

2. 왜 사는지, 무엇이 행복인지 짚어본다. 




-- 학습 요령


현재 내가 가진 걸 헤아려 본다.  

지금 갖지 않은 걸 가지려는 욕심을 버린다. 희망은 가져도 좋다.

걱정거리는 억지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기로 한다.     





-- 본문 해설


그로부터 4개월 후. 마음을 비워 가기로 했어요. 희망은 가지되 욕심은 버렸어요. 걱정거리야 당연히 있지요. 걱정해도 안 되는 건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평생 어떻게든 해결하려 했었거든요. 배울 만큼 배웠고, 해볼 만큼 해봤고, 살 만큼 살았거든요. 더 배울 수도, 더 해볼 수도, 더 살 수도 있겠지만 더 이상 필요나 강박이 아닌 마음이 가는 대로. 영혼이 이끄는 대로 하고 싶은 거지요.


무책임하다고요?


둘만 대볼게요. 하나, 살아갈 날이 산 날보다 촉박하고요, 오늘이 가면 다신 안 올 오늘인 게 확실하잖아요. 다행히 아직 당장 죽을병은 없지만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돌아가며 고장입니다. 암 아니어도 뇌졸중이 하시라도 불쑥 찾아와 자리에 덜컥 눕거나 오른쪽이면 고상하면서 돈 안 드는 취미인 글을 쓸 수 없어요. 뇌출혈, 뇌경색 아니어도 알츠하이머 치매면 그나마 공짜로 즐기는 생각놀이마저 못 할 거고요. 병 종류야 셀 수 없을 만큼 많고 치명적인 거도 많지요. 지금처럼 건강하게 살 날은 오래지 않은 것은 확실한 거지요. 둘, 세상은 나 없어도 돌아갑니다. 오늘 당장 내가 죽는다고 세상이 멈출 일 결코 없습니다.


죽는 게 겁나냐고요? 


허무할까 봐서요. 이대로 살다가는 죽을 때 "나 열심히 살았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을 거 같아요. 누가 귀 기울이지도 않을 거고요. 누군들 열심히 안 살았을까요. 살아 있음 자체가 치열한 거잖아요. 병들어 자리에 누워 찾는 이 없을 때, 요양원 들어가서 혼자되었을 때 나 행복했던 기억, 누군가가 나로 인해 행복했다는 기억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요? 반추하면서 입가에 미소가 절로 피어나고, 그러면서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싶어요.


일찍 포기하는 거 아니냐고요? 


그럴지도요. 헌데 얼마나 잘 살아야 하나요? 저 꼬맹이 때 1960년대는 북한보다, 필리핀보다 못 살았어요. 지금 제일 가난해도 그때 부자보다 훨씬 좋은 옷 입고, 산해진미는 저리 가라 더 맛난 음식에 살찔까 봐 걱정, 양반보다 편한 집에서 삽니다. 한 마리도 귀한 말 100마리보다 힘 좋은 차까지 타구요. 병도 웬만한 건 다 고쳐줍니다. 사정상 정 어려우면 기초생활 수급자라고 해서 매달 100만 원인가 주지요. 병 걸리면 치료 무료로 해줍니다. 그때는 얄짤없어요.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거지라고 밥은 빌어먹고 한겨울에도 다리 밑에서 거적때기 덮고 잤어요. 도대체 이놈의 욕심의 끝은 어디일까요? 최저에 만족하란 뜻은 아니고요. 그만큼 물질적으로 풍요하다는 거지요.


돈 부족한 거요? 


줄여서 살면 되지요. 건강하니 벌 수 있으면 보태고요. 다만 전처럼 아득바득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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