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매기삼거리에서 Sep 05. 2021

필생의 작품 - 참나무 2

길에 도토리나무 잔가지가 떨어져 있다면 도토리거위벌레 필생의 작품이라오


여물지 않은 시퍼런 도토리에 구멍을 뚫고 하나둘 알을 낳아요

1센티 몸뚱이에 1미리 가늘고 길다란 주둥이로 가지를 잘라요

단면은 칼로 벤 듯 반듯

이렇게 20여 가지 자르고 자르고

뚫고 자르는 거로 보아 주둥이는 길고 끝은 송곳, 날은 톱니일 거요


도토리껍질 밑동 약한 부분보다 단단한 가지를 힘들여 잘라서 아래로 떨어뜨리지요

알이 자라서 나무 타고 내려오는 위험을 방지하는 거지요

잎 무성한 가지를 고르는 건 떨어질 때 푹신 충격 받지 않도록이구요

이게 다 엄마의 사랑일 거요

나무에도 배려일 거요

가지 솎아서 태풍에 나무가 쓰러지지 않으니까요


보시면 대개 잎이 가늘고 좁은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참나무라는 나무 이름은 없어요

참나무종에 속한 나무가 6종 국내 서식해요

잎 좁다ㅡ굴참나무 상수리나무

입 중간 ㅡ졸참나무

잎 넓다ㅡ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잎이 넓은 걸 피한다면 성충이 움직이고 앉고 알 낳기 좋기 때문이겠거니




ㅡㅡㅡ




한해살이로 일주일이면 알 깨고 나와 도토리 속을 파먹으며 20여 일 무럭무럭 자랍니다

바로 땅속 들어가 겨울을 나지요

이듬해 5월 번데기, 6월 성충되어 나무에 오르고

맘에 드는 남정네 골라 짝짓기 하고

제 어미가 했듯 도토리에 알 낳고 가지 자르고 일 년 생을 마감합니다


그러니까 놈을 볼 수 있는 건 땅에서 나무에 오르는 잠깐뿐.

도토리 속에서 한 달여, 나머지는 땅속과 나무 위에서 삶을 다 보냅니다

하여 사람 눈에 띄기 매우 어렵습니다

태생부터 어둠에 익숙하니 나라면 안전한 밤에 나무를 탈 터.

그렇다면 보일 일 없지요

도토리는 흔하지만 녀석은 귀합니다

녀석 본 날이면 로또 살 이유가 됩니다


가위 아닌 거위라 이름은 알이 도토리 뱃속에서 자라기 때문일 거라고 

마음 흐르대로 따라가봅니다

사람 뱃속에 거위 즉 회충처럼

성충에 방점 뒀다면 도토리가위벌레나 도토리톱벌레쯤 되어 있을 겁니다

조상께서 녀석의 자식 사랑하는 마음헤아림이겠지요


도토리거위벌레

이러고 보니 상상의 곤충인 듯 보석처럼 귀티나고 사람 같아 정까지 드네요

산에 떨어진 참나무 잔가지 하나에도 자연은 저를 위해 비밀을 남겨두었습니다


쿵! 쾅! 초대형 거인의 발바닥

경기 일으킨다오

님아, 갈여름 산 가거든 내 새끼 좀 밟지 마소




상수리나무

.다ㄴ

자른 단면 매끈


배에 구멍



도토리거위벌레 

지구 생물 맞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