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 급한 사람은 계속 참여하기 어렵다. 책 내용에 치중한 필사를 한 사람이라면 '이건 아니지~'라는 비아냥을 할 수 있다. 훈수를 좋아하는 이는 입이 근질근질할 수도 있다. 허점 투성이인 필사다.
제법 많은 분들이 불편해 한다.
그렇다고 바꿀 생각은 없다.
어쩌면 더 천천히 갈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그 이유를 적어
다가올 고비를 대비한 등대로 삼으려 한다.
함께하는 필사다.
혼자서 빠른 장단으로 책 내용을 따라갈 수 있지만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행진하듯 여럿이 같이하는 필사를 원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동반하기 위해서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 선두가 속보로 행군을 하면 그 뒤는 따라오지 못한다. 차이는 점점 벌어져 행군의 의미를 무색하게 한다. 나의 필사는 행군이 아니라 동행이다. 빠른 걸음의 효과도 있지만 느린 만큼의 수확도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평생을 '빨리빨리' 하며 살아왔다. 하루 15분이라도 느림의 미학을 경험해 보자는 바램도 녹아있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필사다.
결코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다. 10분에서 20 분이면 충분하다. 초기에는 30분을 지키려 했다. 최대한 많은 글 밥을 쓰려했다. 손가락이 아프고 몸이 뒤틀려도 참았다. 고통 없는 성장은 없다고 믿었다. 지금은 다르다. 15분을 목표로 한다. 욕심을 내려놓았다. 통증은 덜 했고 문장 하나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글씨의 획도 가지런하고 크기는 일정하게 변했다. 탐욕을 버리니 더 많이 얻었다.
부담 없는 필사다.
30대에서 70대까지 나이대가 골고루다. 시간은 함께 하나 방법은 조금씩 다 다르다. 이래라저래라 필사 방식을 강요하지 않는다. 매일 출석을 권하지 않는다. 글씨 연습도 함께하는 필사를 종용하지 않는다. 하루 잠깐 쉼을 주고 싶다.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싶다. 책 한 줄 같이 읽고 싶다. 한 글자라도 쓰고 싶다. 너무 바쁘고 지친 생활에 여유를 부리고 싶다. 부담이 없다면 더 많이 같이 하리라 믿는다.
성장하는 필사다.
매일 꾸준히,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성장을 맛본다는 진리를 증명하고 싶다. 더딘 속도에 지치지 않고 함께 다독이며 나아가면 꼭 성공한다는 것을 체험하려 한다. 평범한 사람도 티끌만큼의 꾸준함과 반복으로 비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고 도와주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시작은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