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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Apr 23. 2024

Monami, 친구

2024.4.23. 화. 흐리다 비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02p

내용: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하자. 내가 어떤 각오로  현재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글에 다 나타난다. 글의 위대함이다. 약한 마음을 먹으면 약한 기운이 드러나고 단단한 마음을 먹으면 단단한 기운이 스며나온다.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길고 힘겨운 길이 될지, 발걸음이 가볍고 콧노래가 나오는

길이 될지는 순전히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내가 어떻게 꾸려나가느냐에 따라 꽃길이 되기도 하고  가시밭길이 되기도 한다.

반흘림체,원고지.모나미볼펜,16분,14명의 필우와

https://youtube.com/live/YXDsnXc0oIs?feature=share

 매일 밤 10시, 필사 방송 시작.


 15분 전부터 제법 분주하다. 방송 화면에 오늘의 쓸감을 공유하기 위해, 미리 타이핑해 놓은 구글문서의 글을 세로로 길게 배치한다. 동시에 오탈자를 확인한다. 이를 캡처하여 화면 왼쪽에 배치하고 페이지를 확인 후 화면 오른쪽 상단의 문구에 있는 페이지 숫자를 체크한다. 필사하면서 함께 들을 배경 음악을 뒤이어 선택한다. 그다음은 유튜브 영상에 나타날 제목을 입력하고 날짜를 바꾸는 것으로 방송 화면 준비는 끝난다.


 마지막으로 펜을 고른다. 펜 수집가는 아니지만 글씨 유튜브와 필사 방송을 몇 년간 해오다 보니 책상 옆 4단 정리함에 가득 찰 정도로 펜이 많아졌다.

 연필, 샤프, 싸인펜, 붓펜, 볼펜.

 메이커별로, 색깔별로, 잉크 종류별로, 심 굵기별로 달리 쓰다 보니 식구가 많이 늘었다.


 펜 선택은 마음가는대로다.

 매일 바꾼다는 원칙은 유지한 채 손 가는 대로, 눈에 띄는 대로 잡는다. 펜에 따라 글씨는 달라진다. 아주 큰 차이는 아니지만 쓰는 자만 느낄 수 있는 미묘한 변화가 있다. 그 차이는 필사 시간의 완성도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오늘은 모나미 볼펜을 선택했다. 가장 흔한 펜이자 가장 많이 써왔던 펜 중에 하나이지만 늘 '잉크똥'을 노트와 손가락에 묻히는 말썽쟁이라서 최근에는 외면했던 녀석이다. 요즘 펜들이 워낙 잘 만들어져 자연스럽게 퇴물 취급받는 이유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오늘은 그가 가장 매력적으로 보였다.


 나의 손은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기름기 잔뜩 품은 그의 배설물을 기억하고는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자연스럽게 힘이 더 들어갔다. 필사 중간에 배변 처리를 위해 화면에서 사라졌다 나타나길 반복했지만 그는 여전히 그만의 매력을 품고 있었다. 15분 동안 쓰는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잘것없는 싸구려 펜으로 취급받지만 나에게는 훌륭한 벗이었다.  


나는 모나미(친구) 덕분에 위로받았다.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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