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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Apr 26. 2024

라이옥 베트남 쌀국수

국씨 이야기 1

 경성대부경대역 1번 출구에서 5분 도보 거리에 있는 쌀국수 집.  라이옥. 구글 사전에 검색을 해도 뜻을 알 수 없는 단어. 확실한 건 베트남어라는 것. 아마 쌀국수가 유명한 지역 이름이나 '고봉민 김밥'의 고봉민처럼 쌀국수 체인점을 세운 창업자 이름 정도가 아닐까 하고 가볍게 넘겼다.  


 가게 앞에 마련된  폭 좁은 벤치와 싸구려 가죽으로 덮인 네발 의자들을 보건대 오늘의 선택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 직감했다. 초저녁이어서 그런지 만석은 아니었다. 순간, 바깥 의자들은 주인장의 마케팅 전략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다른 장소를 찾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이 동시에 찾아왔다.

 

 가게에 들어서면 소고기 육수 향과 고수의 향이 적절히 섞여 배고픈 코를 자극한다. 자리를 잡기 전, 키오스크 주문이 먼저다. 터치에 익숙하지 않으면 밥도 쉽게 먹지 못하는 시대를 거쳐가고 있다.


 쌀국수 한 그릇 9,000원. 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다고 하지만, 국수 한 그릇에 만원 가까이라니.... 고물가 시대를 살고 있음을 직감한다. 국민학생 때 먹었던 1000원짜리 연동시장 손칼국수가 갑자기 떠올랐던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주문한 소고기 쌀국수가 나왔다. 국수 마니아인 나에게 쌀국수가 처음이 아니었지만, 면발을 덮고 있는 푸짐한 육수와 고운 빛깔로 삶긴 소고기들은 군침을 돌게 했다. 국물을 먼저 맛보지 않고서는 시작할 수 없는 국수 요리였다.

 

주방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분주한 주방을 쉽게 볼 수가 있었다. 인건비 때문인지 원조 맛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베트남인으로 보이는 여성 3명이 중년 한국인 사장님의 주문 접수와 지시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철저히 분업화되어 서로의 공간을 침해받지 않고 있었다. 고국의 음식을 맛 보이게 한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표정에는 약간의 결의와 흥분이 섞여 있었다.


 첫 스푼의 국물 맛은 깊었다. '국수 = 멸치육수'라는 한국인 취향에 길들여진 내 입맛을 뒤집는 풍미였다. 너무 뜨겁지도 않아 입안 전체에서 육수의 진미를 느낄 수 있었으며, 함께 입속으로 들어오는 파들의 향과도 잘 어울려 하나의 맛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몇 스푼 호로록 마시자, 투명 회색빛의 면발이 드러났다. 칼국수보다는 찰지다거나 쫄깃한 식감을 품고 있지는 않았지만, 쌀로 만든 면이 가질 수 있는 최상의 두께와 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산 깍두기와 베트남 쌀국수의 조합은 돈가스와 김치의 조합 못지않았다. 육수와 면 그리고 고명(고수는 넣지 않았다. 향을 좋아하지 않는다.)의 조화는 9,000원의 가격을 설득하고 있었다. 양도 푸짐하여 한 끼의 식사로 든든했다. 맛과 양,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었다.  바깥 의자들은 가게 사장님의 전략이 아니었다.


 쌀국수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라 생각한다. 아직 본토의 국수를 맛보지 못한 내가 추천한다는 것이 어폐가 있지만, 사라진 입맛을 살리기에는 충분한 한 끼의 식사라고 생각한다.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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