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에 던저진 계란
기업은 완벽한 제품, 상품,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리소스를 쏟아붓는다. 개인도 다르지 않다. 삶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서 새해마다 목표를 만든다. 그런데 최근 완벽함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다양한 곳에서 깨닫고 있다. 이런 깨달음은 우리의 10번째 모임에서도 발견되었다.
방송국에서는 ‘편집은 끝나는 게 아니라 그만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속담처럼 전해진다. 여기서는 끝을 완벽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끝을 보지 않고 그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한정된 리소스일 것이다. 방송국은 인력, 돈, 시간이라는 리소스를 무한정 투입할 수 없다. 다음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약속한 마감 시간을 정한다.
또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 중에는 애자일(Agile)이라는 게 있다. 애자일은 높은 완성도를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고 고객의 반응 살펴서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애자일 또한 완벽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제품을 다루는 비즈니스에서는 애자 일한 방식을 MVP (Minimum Viable Product)로 표현한다. 완벽한 제품이 아니라 최소한의 기능을 만들고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유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예측하기 힘들고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함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3IssB0QPSY&t=5s
그리고 김민식 PD님의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완벽에 대한 고찰이 발견된다. PD님은 일 잘하는 조연출의 특징 중에서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 것을 꼽는다.
여기서는 완성도를 낮추는 게 아니라 한정된 리소스 안에서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맥락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앞서서 말했던 편집을 그만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완벽함은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두 가지 측면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었다. 첫 번째는 피드백이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초연결사회에서 어떤 결과물에 대해서 빠르게 반응 살펴볼 수 있다. 이런 시대에서 효율은 질보다 양이다.
이런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 중에 하나는 구글이다. 구글은 A/B 테스트를 통해서 구글은 고객의 반응 살핀다. 초연결사회에서는 결과에 대한 명확한 원인이 없을 수 있다. 워낙 많은 변수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예측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빠르게 만들고 고객의 반응을 보는 게 유리하다. 고객을 외면한 완벽한 제품은 쓰레기일 뿐이다.
두 번째는 효율성이다. 완벽함은 직장에서 일을 할 때도 가치가 떨어진다. 우리는 혼자서 일하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우리는 연결되어있다. 내 할 일이 끝나야 누군가가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연결되어있고 한정된 리소스라는 환경에서 완벽은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로 변하게 한다.
친구와 나도 완벽을 추구하려는 생각 때문에 고민을 갖고 있었다. 나는 회사에 어필할 수 있는 완벽한 성과를 만드는 법을 고민했고 친구는 대체 불가능한 완벽한 상품과 서비스를 추구했다. 둘의 고민은 달랐지만 결국 완벽을 향한 몸부림이었다.
이제는 머릿속이 정리가 되고 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런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변화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인류는 강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다. 적응했기 때문에 생존했다.
포토그래퍼로서 객관적인 성과를 만들기 어렵다. 사진의 가치를 무슨 근거로 결정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회사 입장에서는 비싼 장비를 사줘야 하는 애물단지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고민을 하고 다른 분야에서 얻은 정보를 적용해보면서 하나씩 찾아볼 수 있었다.
시스템화
현재 일하는 회사는 스타트업이고 내 포지션은 사수도 없다. 그래서 자료도 없고 서류 양식도 없다. 그렇다 보니 촬영이 필요할 때마다. 엉성한 요청을 받기 일수였다. 여기서 엉성하다는 것은 촬영에 필요한 요소들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거나 터무늬 없는 요청을 말한다. 예를 들면 천 원을 주고 빵 하고 우유를 사 오고 거스름 돈을 남겨오라는 식에 불량한 요청도 있었다.
그래서 촬영이 어떻게 진행되고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것들을 이해해야 하는지 자료가 필요했다. 그리고 촬영에 필요한 항목들을 엮어서 계획서와 의뢰서를 만들어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의뢰하는 입장이나 촬영하는 입장에서도 갈등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장점 극대화
인하우스 포토그래퍼로서 장점은 기획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이 왜, 필요한지 무엇이 표현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기획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프로젝트 담당자 판단하에 촬영에 필요한 회의에는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사진은 어느 정도 실력이 넘어가면 이해도 싸움이다. 이 사진을 왜, 찍고 어떻게 사용되고 사진에서 무엇이 표현되어야 하는지는 이해에서 출발한다. 내가 음식 사진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갖춘 것 또한 푸드스타일링 전공과 10년 동안 요리를 공부와 경험에 나오는 깊은 이해도에서 차이가 난다.
마시멜로 탑 쌓기 실험이 있었다. 마시멜로와 스파게티면을 가지고 가장 높게 탑을 쌓으면 이기는 실험이다. MBA 졸업생, 대학생, 직장인, 유치원생까지 다양한 팀이 함께 탑을 쌓아 올렸다. 뜻밖에도 유치원생이 일등을 했다. 여기서 완벽에 대한 환상을 깰 수 있다.
어른들은 완벽을 위해서 생각만 했다. 그러나 유치원생들은 일단 쌓아 올렸다. 그리고 넘어지면 다시 만들고 문제를 보완했다. 이렇게 완벽을 위한 생각보다 어설픈 시도가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