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더 배우고 싶어 던진 무모한 도전
배움에 갈증이 컸다. 혼자 배우고 이리저리 시도해보는데 한계를 느꼈다. 내 사진에 전문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장비도 한계가 있었다. 전문 상업사진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너무 고가여서 소속된 회사에 사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전문 장비 중 하나인 중형 디지털 백으로 장비 구성을 맞추려면 몇천만 원은 우습게 넘어간다. 회사는 일반적인 장비 수준에서 나오는 결과물에 만족했다. 더 전문적인 장비를 맞춰달라는 건 내 생각에서도 실마리를 찾기 힘들었다. 나도 뭐가 더 좋은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기도 했었다. 그러다 전문 촬영 장비에 대한 궁금증, 피드백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기회가 생겼다.
이직하기로 결정 난 곳에서 장비를 구매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1주일 정도 입사일을 연기했다. 그 사이에 한 스튜디오에서 면접을 볼 수 있는지 연락이 왔다. 이직도 결정 나서 놀러 간다는 심정으로 스튜디오로 면접을 보러 갔다. 실장님께서 기존 스튜디오 업계의 단점을 최대한 없애고 매력적인 제안을 해주셨다. 가장 크게 다가온건 사진에 대한 전문성이었다. 필름 시절부터 배우고 활동을 해오셨다. 그만큼 깊이는 남달랐다. 그리고 마지막에 내 사진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드렸다. 그리고 평생 처음 받아본 전문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이직하기로 한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입사를 취소했다. 그리고 스튜디오로 출근했다. 그리고 지금은 3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다. 연봉 천만 원 넘게 낮추고 입사한 곳인데 시간에 흐름에 흘려보내긴 아깝다. 그동안 배운 것들을 정리해보고 싶다.
주로 음식 사진을 찍는 스튜디오고 실장님의 모토가 자연스럽고 보기 편한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래서 광원을 크게 만들어서 부드럽게 분위기를 만들고 반사판이나 허니컴으로 강한 입체감을 만든다. 조명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은 막상 보면 어렵진 않다. 그런데 그 생각을 하는 게 어렵다. 만약 내가 혼자 이 방법을 깨우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 아니면 평생 몰랐을 것 같다.
실장님은 앞서 말했던 중형 디지털 백을 사용하는데 35mm 카메라, DSLR도 같이 사용하신다. 용도, 상황에 맞게 장비를 선택하시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물에서 디테일을 따지자면 비쌀수록 좋지만 모든 상황에선 아니다.
나중에 사진관 차리는 게 목표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나도 막연하게 그렇게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나 스튜디오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보니 나한테는 어울리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실패비용이 감당이 안된다. 상업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데 장비, 장소, 시간이 필요하다. 장비는 촬영 스타일에 따라 구매해야 하는 게 계속 나온다. 물론 정해진 촬영만 지속하면 괜찮지만 광고 촬영은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변수는 무한하다. 그 무한한 요청과 트렌드에 맞추자면 장비는 계속 늘어난다. 장비가 늘어나면 보관할 장소가 필요하다. 지금도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장비를 내 방에 보관하는데 감당하기 버겁다. 시간은 수익에 한계를 보여준다. 내가 직접 가서 찍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다. 한계가 명확하다. 게다가 대체할 인력을 키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아웃 소싱하기 불가능하다. 이렇게 리소스를 투입하면 족히 5천만 원은 넘게 자본금이 필요하다. 거기에 시장에 자리를 잡는 데까지 버틸 여유자금도 생각하면 큰 부담이다. 만약 실패할 경우 회복하는데 몇 년이 걸린다.
3개월을 돌아보면 크게 3가지를 배웠다. 자잘 자잘하게 프린트 세팅 값, 조명 세팅 방법, 노출계 사용법 등등 배운건 더 많다. 그러나 역시 낮은 연봉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데 걸림돌이 된다. 배움도 좋지만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