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AI 강국이 되는 길: 인프라, 데이터, 그리고 인재
SK AI Summit 2024가 보여준 AI의 뜨거운 현주소는 놀라웠다. 행사 사전등록이 10분 만에 마감되었고, 현장에 3만 5천 명, 온라인으로 1만 7천 명이 참여했다. "AI Together, AI Tomorrow"라는 슬로건이 말해주듯, 이제 AI는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되었다.
우리는 AI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이 함께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더구나 AI는 인류의 삶과 사회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기술이다. 이 변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AI의 대중화는 OpenAI의 ChatGPT로부터 시작되었다. 여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결정적이었다. SK도 이 두 기업과 새로운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MS의 Satya Nadella 회장과는 AI의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MS는 단순한 HBM 고객을 넘어, SK의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솔루션의 핵심 파트너다.
최태원 회장이 MS의 Nadella 회장과의 대화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주제는 '탄소중립'과 '데이터센터 확장'이라는 상충하는 두 목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였다. 이 고민은 SK주식회사와 빌게이츠재단이 핵에너지 기업에 공동 투자하는 결실로 이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한걸음 더 나아가 '넷제로'를 넘어 과거의 탄소 배출까지 상쇄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이에 영감을 받은 SK는 전 지구 탄소 감축량의 1%를 담당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했다. 이는 AI 시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SK의 의지를 보여준다.
1. 수익화의 도전: AI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
AI 시대의 첫 번째 과제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이다. 현재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회수할 수 있는 확실한 수익 모델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이 좋은 수익 케이스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지만, 시장은 아직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구글의 3분기 실적이 AI 덕분에 크게 개선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오지만, 이를 정확히 해석하기 위해서는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SK텔레콤은 이러한 도전에 맞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통신사들과 협력하여 'Telco LLM'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는 통신 산업의 특성을 살린 AI 콜센터 솔루션으로, B2B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동시에 '에이닷(A.)'이라는 개인화된 AI 비서 서비스를 개발하여,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된 AI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초기 시대와 마찬가지로, AI 분야에서도 킬러 유스케이스를 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SK텔레콤의 시도는 통신 산업이라는 특정 분야에서 시작하여, 점차 그 범위를 확장해 나가는 전략적 접근을 보여준다. 이는 AI 기술의 실질적인 가치를 증명하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의미 있는 실험이 될 것이다.
2. AI의 심장부,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요구하는 연산능력은 기존 컴퓨팅 패러다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ChatGPT와 같은 최신 AI 모델 하나를 학습시키는 데는 수천 개의 고성능 GPU가 필요하며, 이는 전례 없는 수준의 반도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폭발적 수요 증가 속에서 NVIDIA는 AI 반도체 시장을 압도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구글, 메타,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NVIDIA의 시장 지배력은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있다.
NVIDIA의 성공은 단순히 뛰어난 기술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들의 진정한 경쟁력은 끊임없는 혁신과 발전에 대한 집념에 있다. H100에서 H200, 그리고 최근 발표된 Blackwell B200에 이르기까지, NVIDIA는 매년 한 단계 진보된 GPU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빠른 혁신 속도는 경쟁사들의 추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NVIDIA의 혁신 문화는 Jensen Huang CEO의 리더십과 직결된다. '뼛속까지 엔지니어'인 그의 스타일은 때로 극단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SK하이닉스와의 협력에서도 이미 합의된 HBM4 공급 일정을 6개월이나 앞당겨달라고 요청할 만큼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한다. 이러한 강도 높은 추진력이 NVIDIA를 AI 시대의 절대 강자로 만든 원동력이다.
SK하이닉스는 NVIDIA, TSMC와 함께 3자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NVIDIA의 혁신적인 GPU 설계, TSMC의 탁월한 반도체 제조 기술,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솔루션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 특히 TSMC는 파트너를 존중하고 고객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려 노력하는 이상적인 협력 파트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제조 관계를 넘어선 파트너십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기업들의 긴밀한 협력은 AI 반도체 공급 부족이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더 뛰어난 성능의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각 기업이 가진 최고의 기술력과 전문성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3. AI의 숨겨진 도전: 에너지 공급과 지속가능성
AI 혁명의 이면에는 거대한 에너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하나의 LLM을 위해서는 최소 10 기가와트 정도의 AI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며, 현재 개발되고 있는 모든 LLM을 고려하면 약 50 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데이터센터 하나를 구축하는 데만 40-5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전력 공급의 문제를 넘어선다. SK가 직면한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는 충분한 전력량의 확보, 둘째는 기존 전력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대용량 전력 수요에 대한 해결책, 셋째는 탄소 발자국 감축이다. AI의 발전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산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SK는 이러한 복합적인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인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빌게이츠재단과 함께 TerraPower에 투자하여 추진 중인 차세대 원자로 SMR(Small Modular Reactor) 개발이다. SMR은 기존 원전보다 안정성과 경제성이 높으며 탄소 배출이 없어, AI 데이터센터의 이상적인 전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시에 SK에코플랜트는 미국의 연료전지 제조사 블룸에너지와 협력하여 데이터센터용 분산형 전원 공급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전력망 의존도를 줄이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적인 접근법이다. SK엔무브는 더 나아가 GRC와 함께 데이터센터 액침 냉각 사업을 추진하며,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저전력 고효율 반도체 칩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SK앱솔릭스와 Chipletz는 차세대 기판 소재로 주목받는 유리기판을 개발 중이다. 유리기판은 기존 실리콘 기판에 비해 열 방출이 효율적이어서, AI 칩의 에너지 효율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4. 데이터가 결정하는 AI의 미래: 확보와 활용의 과제
향후 AI 경쟁에서 데이터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데이터의 크기와 양, 그리고 질이 새로운 병목현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에는 누가 더 좋은 양질의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더불어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는 AI 발전의 새로운 도전 과제로 떠올랐다.
만약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칩이 병목현상이 된다면 현재 AI의 큰 선순환에 무리가 생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AI 발전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는 온디바이스 AI다. 훨씬 작은 모델로, 스마트폰이나 TV와 같은 개별 기기에서 작동하는 AI를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특화된(Specialized) AI다. 특정 산업, 특히 B2B 영역에 맞춘 형태로 AI가 발전하는 것이다.
SK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세 가지 혁신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첫째는 글로벌 텔코 얼라이언스의 구축이다. 전 세계 통신사들과 협력하며 텔코 얼라이언스를 만들어 통신 산업의 데이터를 AI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둘째는 가우스랩스를 통한 제조업에서의 AI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셋째는 개인화된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개발하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AI를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SK의 다각적인 접근은 AI 시대의 새로운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SK는 선순환이 잘 돌아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백업 전략으로서, 그리고 동시에 AI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도전으로서 이러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데이터의 효과적인 확보와 활용, 그리고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과제의 해결은 AI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될 것이다.
SK는 전 세계에서 드물게 AI 생태계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기업이다. 반도체 칩부터 에너지 공급, 데이터센터 운영, 최종 서비스 개발까지, AI 가치사슬의 전 단계를 망라한다. 이러한 포지셔닝은 AI 시대의 복잡한 도전 과제들을 통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SK의 전략적 선택이다.
글로벌 최고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SK의 강점이다. NVIDIA, TSMC와의 반도체 개발 협력, TerraPower와의 차세대 원자로 개발, 블룸에너지와의 에너지 솔루션 구축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메타의 라마 학습에 활용된 AI 클러스터를 구축한 Penguin Solutions, GPU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GPU as a Service' 모델을 선보인 람다(Lambda)와의 협력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은 이미 인터넷 시대를 선도한 경험이 있다. AI 시대에도 이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AI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양질의 데이터 확보, 그리고 AI 시대에 걸맞은 인재 양성이 그것이다.
SK는 국내 AI 생태계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AI 스타트업들에게 인프라를 제공하고, 파트너들과 함께 개발한 다양한 솔루션을 하나로 묶어 AI의 병목현상을 해결하는 통합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AI 혁신의 가속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닌, 인류의 삶과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혁명적 기술이다. SK는 글로벌 기술 혁신과 국내 AI 생태계 육성이라는 두 축을 통해 이 변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고자 한다. 이것이 SK가 그리는 AI 미래의 청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