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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별 Mar 03. 2019

누군가의 삶을 상상한다는 것

내 삶이 그저 똑같은 일의 반복로만 느껴질 땐, 나와는 전혀 연관없는 다른 누군가의 삶을 상상해 보곤 한다.

언젠가는 지하철 광고판 안,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모델과 눈을 맞추었다. 그리곤 네모난 액자 안에 들어 있을 누군가의 삶을 상상한다.

공들인 헤어와 메이크업이 망가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서도 머릿속 어느 한 편으로는 촬영을 앞둔 작은 긴장감을 품고 있었을 누군가. 촬영 전 구상해 둔 여러 포즈와 즉석에서 지어낸 움직임대로 수차례의 플래시를 마주 보다가, 마침내 OK 사인을 받고는 밝게 웃었으리라. 높디높은 하이힐에서 내려와 평평한 바닥을 밟으며, 미처 느끼지 못했던 피로를 그제야 느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의 일도 감사히, 큰 문제 없이 마쳤다는 생각에 뿌듯한 기분이 들었길 바란다. 집으로 들어가는 늦은 저녁,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 한 캔에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내일을 기대하며 잠에 들었길 바란다.


또 하루는 카페 옆자리에 앉은 남자의 "나는 여행을 가려고 돈을 버는 것 같아."라는 말소리로부터 그의 삶 한 장면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여행을 사랑한다는 그 누군가는 유난히 뉴욕의 풍경에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꼈을 테다. 두 눈에 채 담을 수 없는 너른 자연도, 여유로운 어느 나라의 공기에도 행복했지만, 유독 바쁘게 돌아가는 뉴욕의 반짝이는 밤거리에 눈물이 날 만큼 울렁였으리라. 순간의 감정을 담고자 카메라를 들어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다시 그 화려한 도시에 넋을 놓았을 사람.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언젠가 다시 이 땅을 밟겠다는 결심과 아주 작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을 누군가를 상상해 본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하루를 사랑하고, 내일의 기대를 꿈꾸는 누군가를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거리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하루가 존재하리라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다.

몇 차례 말한 것 같지만,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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