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핥hart Dec 08. 2017

[19금]되고 싶니? 웹툰 작가

사랑꾼의 직업소개소



OVER VIEW.


본 작가는 여러 가지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중 하나가 웹툰 작가다.(모르셨겠지만)

오늘은 웹툰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간단히 이쪽(?)에 대해 알려드릴까 한다.


혹시, 웹툰 작가가 되는 법에 대한 글을 기대했다면 미리 사과드린다.

(제목으로 낚시를 해서 참으로 죄송한 부분이 있다.)


최근 브런치의 글이 뜸한 이유는 다름 아닌, 세 번째 작품이 계약되었기 때문이다. 즉 한동안 휴일이 보장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몇 개월을 큰 수입 없이 거의 백수로 지냈으니 불만은 없다. 다만 연재를 하고 있는 작가의 삶은 알다시피 녹록지 않다. 이 글은 19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는 권장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꽤 피로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가급적이면 고된 삶을 살며 웹툰 작가를 꿈꾸는 성인들에게 권한다.



1. 체력전


모든 일에서 피지컬의 우위는 절대적이다. 물론 몇몇의 천재들은 피지컬로도 이길 수 없는 장점이 있지만 여전히 피지컬은 중요하다. 웹툰 작가의 하루 노동량은 (차이가 있겠지만) 10시간 이상이다. 보통의 직장인이 9시 출근을 해서 야근을 동반한 정도의 노동량이다. 견딜만하다. 몇 주 정도는. 뭐 모든 회사가 프로젝트 막바지엔 그러니까. 하지만 작가는 그 노동량을 최소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견뎌야 한다. 웹툰 작가가 체력이 좋아야 하는 것은 필수다. 저질체력이라면 체력을 길러야 하며 아니라면, 연재 기간보다 휴재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강제 휴식)


연재에 들어가면 나는 핸드폰 사용량부터 줄인다. 핸드폰 사용은 가뜩이나 팔꿈치 아래로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내 몸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연재 중엔 당연히 게임이나 과격한 운동도 자제한다. 강도 높은 운동보다는 척추건강과 컨디션 유지에 좋은 필라테스나 요가를 추천한다.(나는 요가를 하고 있다.)


20대에는 대개 이런 영향을 받지 않지만 30대에 들어서면 기다렸다는 듯이 몸에서 각종 경고음을 내기 시작한다.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건 졸음 정도로(사실 그마저도 쉽지 않지만) 몸에서 보내는 고통들을 이겨내는 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잘못하면 직업병이 고질병이 될 수 있다.



2. 야간 시간은 빨리 간다.


꼭 웹툰 업계가 아니더라도, 뭔가를 그리고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고요한 밤 시간을 좋아한다. 당연히 집중도 잘되고 일도 잘되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좋은 영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낮과 밤이 뒤바뀌면 내 일상은 더 이상 '일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무슨 말이냐면, 보편적인 사람들의 일상과 완전히 반대의 삶을 살아감으로써 보편적인 삶과 멀어지게 된다. 친구들과 만남이 줄어들고, 가족과의 연락도 줄어들기 시작한다. 특히 작가는 대부분 혼자 일하며 혼자 먹는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 살아갈 순 없다. 작가는 대중과 언제나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멀어져서는 좋을 건 없다. 야간작업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야작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낮과 밤이 완전히 뒤바뀐 삶을 경계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3. 작가의 신용등급은 '마감'으로 구분된다.


매니저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부분 중 하나다. <마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얼핏 별 뜻 없는 인사 같기도 하지만 사실은 반대다. 매니저들은 상당히 많은 부분을 '기다림'이란 감정노동을 하고 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직업인 만큼, 대개 사회경험이 부족한 상태로(조직에 소속되어본 적이 없거나, 여러 사람과 일해본적이 없어서) 작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약속했던 '마감 날짜'의 무게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작가가 많다. 매니저들은 적게는 몇 명에서 많게는 십여 명 이상의 작가를 동시에 매니징 한다. 그중 한 두 명이 그렇다면 상관없지만 실은 그 반대다. 사실 마감 문제가 크게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는, 작가의 이기심이 원인인데 나쁜 뜻은 아니다. 작가라는 생물은 언제나 퀄리티를 우선한다. 눈곱만큼 개선할 수 있는 사항이 보인다면 마감 5분 전에도 새로운 컷을 구상하고 그리려는 본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작가에게는 아주 중요한 소양이지만, 반대로 매니저에겐 피 말리는 행위가 된다. 그래서 작가들은 미안함을 느끼지만 매번 반복되는 마감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믿을만한 작가이며 작품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마감'으로 대변된다. 매번 말만 늦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과 계속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게 아무리 잘생겼고 예쁘다고 해도 말이다. 하물며 철저히 계약 관계인 매니저(회사)와 작가(자영업자)가 꾸준히 파트너십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So far.


꽤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어릴 때 내 꿈도 만화가였다. 하지만 중학생쯤 만화가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 것이지, 그보다 만화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소양들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깨닫고 포기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대학생이 되고 만화 동아리에 가입했지만 결국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완성된 원고를 만들지 못했다. 졸업 후에 취직을 하고 애니메이터,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지만 웹툰 작가는 꿈꾸지 않았다. 왜냐면 그 일은 여전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보다 더 고단해 보였기 때문에.(나는 고단한 게 싫다.)


내가 웹툰 작가로 데뷔한 이유는 단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대중과 소통하고 기왕이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써 웹툰이 괜찮은 선택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세 번째 작품 계약에 성공한 지금 심정은 데뷔때만큼 기쁘다.( 이걸로 따듯한 겨울을 보낼 수 있..) 하지만 동시에 장기간의 연재 기간을 마감에 시달려야 하는 걸 떠올리면 여전히 달갑지 않다. 마감을 어기거나 매니저를 피말리게 한적은 없지만 나 역시 퀼리티에 대한 욕심이 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작품을 계약하고 완결까지 작업한 후에 연재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꿈꿀 때가 있다. 요즘 캐이블 방송의 드라마들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물론 당장은 어렵겠지만 차후엔 그런 환경이 될 수 있기를 꿈꿔본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작가로서 실력과 체력, 신용을 갖추기 위해 개인적인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