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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핥hart Aug 19. 2018

(1) 그대라는 사치 - 한동근

행복이란 말이 뭐 별거인가요.라는 이 절 첫 라인이 내 귓가를 맴돌다 이내 내 가슴으로 뛰어들어왔다.

이 음악이 좋아진 이유는 멜로디와 보컬 그리고 가사의 순서였다. 누군가의 가슴으로 뛰어들어오는 음악들은 그 누군가의 가슴이 휘몰아친 허전함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런던으로 떠난 지 3개월이 지난 그때, 나는 항상 내 침대의 절반을 차지하던 아내의 숨결이 그립고 그리워져 있었다. 아내가 런던행을 결정했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아내의 결정에 동의했다. 런던행은 아내의 삶에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았고 또한 아내가 온전히 자신의 삶과 방향을 지켜나가는 것은 내 삶과 동일한 가치가 있었으니까. 나는 내 삶만큼이나 아내의 삶에 가치를 두는 남편이 되고 싶었다. 물론 그 이면엔 오랜만에 '혼자'가 된다는 설렘도 있었음을 매우 인정한다.


나 그대가 있지만 힘든 세상이 아니라,
힘든 세상이지만 곁에 그대가 있음을 깨닫고.


커플들이 그러하듯, 사랑으로 하나 되었지만 그 순간은 짧고, 가끔은 서로의 존재가 귀찮을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내의 여행이 남편의 외출이 반갑기도 했던 것이다. 공항으로 아내를 배웅하고 입꼬리는 올라가 있지만 빨갛게 물든 눈동자로 출국장으로 들어서던 아내의 모습이 이토록 금세 다시 그리워질지 몰랐다. 고작 한 달 아내 없이 내가 내일을 기대하며 눈을 뜰 수 있는 시간은 그게 다였다. 


'무려 우리 함께 눈뜨는 아침과 매일 그댈 만나 돌아오는 집 앞'을 혼자 걸어 들어오는 나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다. 자취하던 시절 당연한 듯 혼자 걸어 들어와 어둠이 반겨주던 집에서 보냈던 시절의 그때의 나는 더 이상 없었다. 퇴근길 아내와 지하철에서 만나 그날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나누며 사람들로 가득 찬 마을버스를 피해 걸어 올라오던 집 앞엔 아내의 빈자리만 느껴졌다.


내가 팔을 벌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안겨주는 그대가. 눈곱 낀 못난이에게 사랑스럽다는 그대가. 매일 속 썩이며 화가 풀리지도 않았으면서 풀린 척해주는 그대가. 퉁퉁 부은채도 사랑스러운 그대가. 지치는 날에도 초췌한 미소를 잃지 않던 그대가. 외로움이 당연했고 혼자인 게 당연했던 시골에서 상경한 바보 같은 내게 당신이란 사람은 사치였다는 것을. 


과분한 입맞춤에 취해 잠이 드는 일도 사치였다는 것을.


나 만의 그대, 나의 그대, 온전한 나만의 그대가 런던으로 떠난 지 3개월. 고작 그 정도밖에 버틸지 못하는 나는 곧장 런던으로 날아갔고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내를 다시 만났다. 매일 같이 보던 그 얼굴이 어찌나 어색하던지 와락 꺼안을거란 마음이었지만 정작 나는 아내의 손부터 잡아야 했다. 매일 당연한 듯 안을 수 있었던 아내의 존재는 내게 사치로웠다고 느꼈던 것인지 어색하기만 했던 그날이 기억난다.


사랑이, 행복이, 입맞춤이 일상이 될 때 꺼내 듣곤 하는 오늘의 사적인 플레이리스트.


 한동근의 <그대라는 사치>

https://www.youtube.com/watch?v=WYy2fROj7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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