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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멜트 May 04. 2022

자아의 파편을 줍는 여정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해변의 카프카의 주인공 '다무라 카프카' 15세의 소년이다.

아버지로 인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그런 아버지로 인해 자신의 무언가가 손상될 것이라며 집을 나온,

'까마귀 소년'이라는 내면의 존재와 대화하는,

한없이 불안한 그런 소년.


또 다른 주인공은 '나카타'라는 한 노인이다.

고양이들과 대화하며 고양이 탐정 일을 하는,

어릴 적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무엇인가 결핍되어버린,

하늘에서 거머리와 전갱이를 비처럼 내리는,

지적장애로 인해 묘한 말투를 가진 그런 노인.


작품 속 인물과 사건은 서로가 어떠한 메타포로서 화학 작용한다.

작품과 독자 간의 사이에서 작용하듯이 말이다.

책 속에서 펼쳐지고 매듭지어지는 명료한 소설은 아니었다.

어떤 부분은 흐릿하고 어떤 부분은 비워두었다.

그리하여 <해변의 카프카>의 세계는 별개의 공간이 아닌

나의 내면의 어떤 부분과 교집합을 이룬다.

최후반부에 '카프카'가 들어서는 깊은 숲 속처럼

하루키는 이 책을 통해 우리를 그 숲으로 인도한다.

그 숲 속엔 15살의 내가 있었다.

15살의 내가 만들어낸 또 다른 까마귀 소년이 있었다.


작중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그 시절에 내가 안고 있던 가장 큰 문제는

세계와 자아의 통합이었다.

유년기의 완벽했던 세계가 조금씩 변해가는 시기.

집 밖에서 만난 부조리와 불확실로 가득한 세계를 처음 만나는 시기.

그 시기의 난 풍랑을 만난 깃대처럼 쉴 새 없이 흔들렸다.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가치관은 내면에서 유령이 되어 말을 걸었다.

어떤 유령은 죽였고, 어떤 유령은 깃들었다.

그건 아직 내 안에서 이따금씩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게 세계는 조금씩 변하고, 숲 속에서 나와 새로운 아침을 맞는 것이다.


'진정한 나'라는 것은 어떠한 상태가 아닌 과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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