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평소 평일에 자주 가던 프랜차이즈 카페에 갔다.
빈자리 없이 가득 찬 인파, 스피커가 찢어지도록 크게 틀어둔 음악소리, 그 음악 소리를 뚫고 나오는 수다와 박장대소.
들어선 지 3초나 지났을까. 나는 즉시 돌아 나가 조용한 카페를 찾아 나섰다.
나는 시끄러운 것이 싫다.
어딜 가도 지겹도록 재생되는 멜론 top100이 싫다.
쓸데없이 맵기만 한 캡사이신 떡볶이가 싫다.
재미없이 반복하는 중량운동이 싫다.
초면에 반말하는 어른들이 싫다.
버스에서 굳이 창가자리를 비워 앉는 사람들이 싫다.
유치한 유머와 신파로 채운 명절영화가 싫다.
막장가족 드라마가 싫다.
폼 잡는 게 싫다.
의미 없는 술자리가 싫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판에 휘둘리는 모습이 싫다.
취향이 없고 유행만 따라 하는 패션이 싫다.
허풍, 허세가 싫다.
가십이 싫다.
피상적인 것에 매달리는 의미 없는 논쟁이 싫다.
솔직하지 못한 것이 싫다.
그리고,
의미 없이 형태뿐인 모든 것이 싫다.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싫어가는 것이 늘어만 가는 나를 보며
혹시 내가 혐오로 가득한 그런 부류의 사람이 되어가는 건가 하는 걱정도 든다.
그럴 때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돌아보게 된다.
취향대로 매주 새로 추천해주는 스포티파이 곡들이 좋다.
전시회를 가는 게 좋다.
사람 없고 조용한 카페가 좋다.
다양한 향신료가 들어간 이국적인 요리가 좋다.
정해진 코스 없이 거리를 달리는 게 좋다.
나이 불문 서로에게 존대하는 사람이 좋다.
박찬욱,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가 좋다.
웃기고 이상한 게 좋다.
식물을 키우는 게 좋다.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판보다는 스스로의 기준을 따르는 게 좋다.
유행과 상관없이 취향이 확고한 사람이 좋다.
본질과 내면에 대한 대화가 좋다.
솔직한 것이 좋다.
그리고
현상 너머의 의미를 발견하고 새롭게 표현하는 게 좋다.
(정확히 지금 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뭔가를 싫어한다는 건, 그 반대의 것을 좋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험이 많을수록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도 늘어난다. 그건 곧 자기 색깔과 취향이 더 뚜렷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저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쭉 늘어놨을 뿐이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나에 대해 꽤나 많이 알게 되었을 테니 말이다.
내가 뭘 좋아하고 또 뭘 하고 싶은지를 알고 싶다면 반대로 뭘 싫어하고 뭘 하기 싫은지를 떠올려보자. 그것들을 걷어내고 나면 당신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