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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멜트 Mar 06. 2022

김멜트의 독립 일기 EP.0 : Basement 02

Basement 02


작년 연말, 나는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경기도 성남시의 구도심에서 자라온 나에게 서울은 각별한 도시였다. 경기권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나와 친구들의 집결지는 언제나 서울이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던 학생들이라 비록 길거리에 있던 시간이 더 많았지만 서울 번화가의 길거리는 왕복 3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내더라도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그 화려함보다 더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건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귀갓길이었다. 조용히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달동네는 쓸쓸하고 공허했다. 

 "우리 10년 뒤에 서울에서 보자."

 그 시절 중학교 동창과 입에 달고 살던 말이었다. 나만큼이나 그 친구도 집에 가는 발걸음이 참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때는 동네보다 집 자체를 싫었던걸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때로부터 13년이 지나고서야 어찌어찌 서울에 왔다. 내 집도 아니고 반지하 전세방일 뿐이지만 말이다. 누구의 지원 없이 진짜 홀로서기가 시작된 것이다. 내가 사는 곳은 관악구, 언덕 중턱의 구축 빌라(나랑 나이 비슷함) 반지하 방이다. 대신 방이 3개이고 전체가 리모델링이 되어있었다. 언덕에 있는 덕분인지 채광도 충분했고 창도 크고 많았다. 옵션 하나 없는 새하얀 방이었다.

'이 집에 평생 살려는 게 아냐. 전세기간 동안 성장해서 더 좋은 곳으로 올라갈 때까지, 그때까지만 머무를 곳을 고르는 거야.' 

이렇게 생각한 나는 그날 바로 계약을 했고, 그 집에서 나는 서른의 새해를 맞았다. 


그 뒤로 가구를 들이고 정리를 하는 와중에 앞집엔 있는 호수 문패가 우리 집 문에는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떤 문패를 붙일까 고민하던 와중에 B가 Basement의 줄임말이라는 걸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 내 상황에서 지하(Basement)라는 것은 꽤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스튜디오 이름 같기도 해서 한동안 그렇게 붙이기로 했다.

'Basement 02. 이곳에서 내 기반을 다지리라.'





나는 지금 개인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테마는 바로 독립. 이 시리즈도 그에 앞서 기록을 남기고자 시작했다. 브런치에선 영상으로 담기 힘든 부동산이나 대출에 대한 것도 다뤄볼 생각이다. (같은 시기에 동생집도 구해주느라 거의 도가 텄다.) 우여곡절 많은 저의 독립기도 많이 기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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