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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멜트 Jan 19. 2023

미래에, 우리는

사이버 펑크 : 엣지러너 by Trigger 

1. 사이버펑크(Cyberpunk)


사이버펑크(cyberpuck) 장르의 대표적인 특징은 첨단기술, 인명경시, 디스토피아, 극단적 빈부격차 등이 있겠다.

엣지러너에서는 그 모든 요소들이 범람하듯 휘몰아친다. 마치 이것이 사이버펑크다 라고 말하는 듯이.


'사이버웨어'는 마치 뉴럴링크처럼 뇌에 직결되어 통신을 하기도 하고, 신체에 대체하여 인간의 힘을 초월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개인용 비행 모빌리티나 구름을 꿰뚫는 초고층 빌딩, 타인의 기억을 체험(모든 감각과 감정을 체험할 수 있다.)하는 브레인댄스 등 상상할 수 있는 미래기술을 보여주는 한편, 여전히 존재하는 판자촌, 부랑자, 낡은 자동차, 회색 가득한 매캐한 공기까지. 제목 자체가 사이버펑크인 원작만큼이나 그 세계관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나아가 제작을 맡은 트리거(Trigger)사 특유의 화려한 이펙트들은 등장인물들의 감각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시각적 쾌감을 주었다. 특히 주인공이 사용하는 사이버웨어 '산데비스탄'(중추신경계에 연결하는 반사 부스터로 사용 시 등급에 따라 8~18초 동안신경 가속을 일으켜 사용자를 제외한 모든 것이 느리게 보인다.)을 사용하는 장면이나,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감각이 왜곡되는 장면들은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독특한 영상미를 보여준다.




2. 뻔한 주제의 힘


디테일한 세계관과 시각적 쾌감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이다. 이야기에 몰입해야만 끝까지 그 세계에 머무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야기는 뻔했고 그렇기에 훌륭했다. 

엣지러너에는 여러 가지 서브플롯이 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주제는 '사랑'이다. 사랑의 화학반응을 통해 인물들은 점점 변해간다. 그것이 일그러진 파괴적인 방향일지라도. 두 주인공은 각자 다른 결말을 맺었지만, 모두 그 꿈을 이루었다.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임에도, 뻔하디 뻔한 '사랑'을 주제로 한 것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들은 '세상이 변해도 결국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신체의 대부분이 기계가 되어도, 사회와 시스템이 첨단화되어도,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 인간은 ‘꿈’이나, ‘사랑’ 같은 무형의 가치를 좇게 될지도 모른다. 그 형태는 각자 다르겠지만 말이다. 


물질은 얼마든지 생산되고, 변하고, 대체되고, 바스러진다. 변하지 않는 것은 오로지 인간 내면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3. 미래에, 우리는


엣지러너는 우리의 미래를 떠올려보게 한다. (물론 특정한 방향으로 과장되어 있긴 하지만.)


엣지러너에서 그렇듯, 하루가 다르게 첨단화되고 자동화되고 세분화되는 세계 속에서도 결국 인간은 인간다운 것을 찾게 될 것이다. 어릴 때 상상하던 2022년과 달리, 우리는 마음 챙김이나 귀여운 반려동물 채널, 아이돌 굿즈에 열광하고 있다. 도구는 놀랍도록 첨단화되었지만 하는 행동은 원시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들도 각자의 영적의식을 했고, 늑대 새끼를 길렀고, 괴상한 모양의 돌을 주웠다.) 미래의 인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상현실에서 사이버 LSD를 하고, 수명이 무한인 햄스터를 키우고, 서버에 하나뿐인 아이템을 모을지도 모르겠다.




4. 그리고 나


우리 세계는 너무나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10년 전의 난 지금의 내 모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돌아보면 그런 고민을 할 필요조차 없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모든 변화의 너머에 변하지 않은 것도 분명 있다. 무언가를 새로운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나만의 언어로 만들어 내는 것. 그 언어가 말에서 글로, 글에서 음악으로, 음악에서 영상으로 변했을 뿐이다. 아마 10년 뒤에는 또 다른 언어를 다루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 행위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당신이 요리사라면 왜 요리사를 하고 있는지, 디자이너라면 왜 디자인을 하고 있는지 그 본질을 한번 들여다 보라. 분명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무언가가 그 너머에 있을 것이다. 그걸 알고 지켜가는 것이 알 수 없는 미래에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믿는다. 


그 '당신 다운' 인간적인 이유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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