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태국에서 30일을 보내기로 했다
2018.12.4.Tue
방콕행 비행기 안에서
항상 첫 번째는 발걸음을 떼기 힘들다. 노트 첫 장을 차마 못 쓰고 그 다음 페이지부터 시작하는 이유다.
그래도 시도함에 의의를 둔다. 끝까지 지속되지 않더라도 시작을 축하하고 기념하고 싶다.
10개월의 첫 직장생활을 마치고, 정말 정신없이 짐을 싸고 비행기에 올랐다. 배낭은 어딨는지 보이지 않아서 친구한테 전날 빌렸고, 향수 하나라도 샀던 면세품은 고르지도 못했다. 심지어 오늘 아침 집 구석 어디선가 배낭을 발견해서 리무진 타기 30분 전에 황급히 싼 짐을 다시 다 풀고, 배낭을 바꿔 짐을 꾸렸다. 하루 전까지 업무를 봐서 그런지 충분히 전에 생각해둔 스케줄이지만 전혀 여유롭지 않은 시작이었다.
보통 여행을 갈 땐 설레고, 오히려 태평한데 이번여행은 꽤나 불안했다.
퇴사를 하고 여행을 끝마치면 다시 구직해야하는 내 상태가 불안한건지,
여행준비가 되지 않아 불안한건지,
여행 가서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는데 완벽하지 않아 불안한건지,
하지만 불안에 휩쓸리기보단, 내가 한 선택을 의미있게 만들어가고 싶다.
(물론, 이것도 어느정도의 강박일 수 있지만 난 그리 꾸준하지 못한 인간이라 이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생각해보면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었고, 그렇기에 두렵지만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된다.
태국에서 30일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고자 한다. 어떤 일을 할 지, 누구를 만날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는 생각했지만 정작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집중해본 적은 없었다. 이번 여행이 풀리지 않던 고민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되리라 생각한다.
신경을 세우고 모든 감각을 열어 생각하고, 기록하고, 공유하며 나 자신과 태국을 느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