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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생각남 May 16. 2022

당신 안의 아이는 안녕하십니까?

[책 리뷰] 그냥 살아만 있어 아무것도 안 해도 돼

엄마랑 아빠도 아팠으면 좋겠어, 나처럼


열여섯 이하연 작가는 후진을 모릅니다.

말도 직진! 행동도 직진!


죽을 것 같이 힘든 자신을 봐달라고

엄마, 아빠도 같이 아팠으면 좋겠다며

타이레놀 열 세알을 한 입에 털어 넣습니다.

열 알 이상 복용하면 간 손상이 올 수도 있고

미국에서는 자살 약으로도 사용하는 타이레놀을.


< 그냥 살아만 있어 아무것도 안 해도 돼 >

어린 날의 상처 때문에

만성 우울증 갖게 된 엄마와

청소년 우울증 딸의 화해와 치유의

과정을 담고 있는 에세이입니다.


엄마, 남들과 다른 것은 평범하지 않은 걸까?
 나는 평범할까? 특별할까?
나의 특별함은 옳은 걸까? 그른 걸까?


이 질문은 이하연 작가가

엄마인 이유미 작가에게 묻는 질문이면서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타이레놀 열 세알을 털어 넣은 것도

온몸으로 이 질문을 던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딸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자살 미수 사건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이유미 작가.

그녀는 엄마를 부정하는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엄마'라는 단어는
내게 슬픔이고 아픔이었다.
아이들이 '엄마'라고 부를 때마다
나는 엄마라는 말이 주는 감정을 지워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말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


알콜 의존증을 갖고 있던 엄마,

술만 마시면 한참을 울고 소리 지르며

집을 나가겠다며 집안을 뒤집어 놓는 엄마,

4남매를 버려두고 보름이 넘는 시간 동안

집을 나갔다가 돌아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엄마.


이유미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마음속에서 엄마를 지우고

누구에게도 진짜 마음을

보여주지 않고 자랐습니다.


그렇게 병든 마음은

만성 조울증으로 발전했고

꾹꾹 눌러놓은 감정의 악취는

아이들의 감정도 조금씩

병들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세계와 존재를 인정해달라는

딸의 목숨을 건 투쟁!

그 사건은 덮어놓고 외면해왔던

이유미 작가의 어린 시절 상처를

소환했고 대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엄마의 만성 우울증과

딸의 청소년 우울증은

서로의 이야기를 터놓기 시작합니다.

< 그냥 살아만 있어 아무곳도 안 해도 돼  > 목차


저는 이 책이 세 가지 관점에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텍스트 측면 : 관계의 시작은 감정 회복!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청산하지 못한 잘못된 과거는

현재를 병들게 합니다.


같은 이치로

치유하지 않고 방치한

어린 시절의 부정적인 감정은

나의 현재와 내 아이의 미래를

병들게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의 대물림을

멈추기 위해서는

감정의 청소가 필요합니다.


엄마들도 화나서 화내는 거잖아.
그런데 애들이 소리 지르면 반항한다고 그러고.
같이 화내고 싸운 건데,
그러면 화해를 먼저 해야지.
기분 나쁘고 마음이 풀어지지도 않았는데
말이 하고 싶겠어?


직진 이하연 작가가 어른을 향해

날리는 일침입니다.

대화하기 전에 화해가 먼저라는.

과거는 덮어두고

현재와 미래를 얘기할 것이 아니라

과거의 묵은 감정 청산이 먼저라는.


자식도 타인입니다.

부모의 몸에서 나왔다고

자식이 부모의 소유물은 아닙니다.


며느리의 남편을 내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고부갈등의 불씨가 시작되는 것처럼.


기획 측면 : OOO이 콘텐츠다


콘텐츠란 무엇인지

이 책은 정석의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 문제가 콘텐츠다.


이 책은 '청소년 우울증'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현재의 청소년인 이하연 작가와

과거의 청소년이었던 이유미 작가가

두 주인공입니다.


사춘기 딸과 엄마의 갈등이라는 개별성은

청소년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또는 겪고 있는

보편성을 담보하고 있습니다.


'나의 문제 = 우리의 문제'라는

콘텐츠 제1조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둘째, (해결) 과정이 콘텐츠다.


인생은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는 헤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지만

우리네 삶은 그 후에도 계속됩니다.

우리는 끊임없는 과정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유미 작가와 이하연 작가의 갈등은

1막 1장이 끝났을 뿐입니다.


우리가 관심 갖는 것은

'그래서 어떻게 됐어' 하는 결론보다는

'왜 그렇게 했을까' 하는 시작과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갔지'

하는 과정입니다.


그것은 나의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래서 문제 해결의 과정은 소중한 콘텐츠입니다.


셋째, 형식이 콘텐츠다.


이 책의 세 개의 장 중

두 번째 장인

'엄마와 딸 사이를 바꾼 화해의 하룻밤'은

같은 사건에 대해 엄마와 딸의 두 가지 시선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같은 상황 다른 생각의

두 주인공의 마음속 이야기를

드러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어른들은 자녀들의 마음을

자녀들은 어른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같은 소재라도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글쓰기 측면) 일기가 에세이로 바뀌는 순간


이유미 작가는 글맛을 아는 작가입니다.


사춘기 딸에 대해 고민하는 엄마의

감정일기로 그칠 수 있는 글이

에세이로 승화될 수 있었던 것은

이유미 작가의 탄탄한 문장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묘사'는 이 글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표현방식입니다.

감정, 행동, 상황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은 생생한 묘사는

독자들로 하여금 글의 몰입도를

끌어올립니다.


특히, 이유미 작가는

글의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단문과 장문의 조화를 활용하고

문어적 표현이 아닌'입말'(일상적인 대화)을

적절하게 사용하며 글 맛을 살리고 있습니다.


맞다.
하연이는 그런 애다.
예쁘고 사랑받는 아이.
처음 만난 사람과도 절친이 되는 아이.


(딸을) 날려버리고 싶다.
 ...
 너를 완전 개 쌉애지게 날려버리고 싶다.


엄마 안 하고 싶다.
 "나 엄마 안 해"
결국 폭발했다.


마치며 : 이 책은 '선물'입니다.


사실 너무 내밀한 이야기라
주저되었던 것도 사실이나,
나의 케이스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었다.


이유미 작가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책 출간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책은 '선물'입니다.


독자들에게

딸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이하연 작가는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고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밝히는

용기를 냈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유미 작가가 딸과 함께

어렵게 이뤄낸 성과입니다.)


이유미 작가는 자신 안에 있는

상처받은 어린 유미에게 손을 내밀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 결과 어린 유미가 만난 것은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진정한 엄마가 돼 가고 있는 자신과

그로 인해 작가가 된 어른 유미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런 과정을 지켜본

독자들도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 안의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떠오르신다면

그로 인해 나의 아이가 상처를 받고 있다면


이유미 x 이하연 작가가 전하는 선물!

< 그냥 살아만 있어 아무것도 안 해도  >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ps : 책 제목이 좀 긴 것 같아서 첫 단어와 끝 단어만 읽어봤습니다.

작가님이 숨겨놓은 메시지가 보입니다.


그냥 돼!
너라는 존재만으로 충분해.
니가 하고 싶은 것들이 무엇이든
모두
그냥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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