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홈프로텍터가 되었습니다

2025년, 올해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by 맨아래접시

올해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퇴사'였습니다.

저는 올해 목표를 이뤘습니다.

퇴사했으니까요.


원래 생각한 퇴사 모습은 이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의 배웅 속에서 혹은,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누군가를 뒤로하며 조금은 감동적인 퇴사를 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그동안 꾹꾹 눌러뒀던 화를 토하듯 뱉어내고 회사를 박차고 뛰쳐나오는 장면을 상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현실 속 제 마지막 근무 날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아주 평범한 날이었습니다.

비도 오지 않고 바람도 없는 그런 시시한 날들 중 하루였습니다. 출근도 그랬고 퇴근도 평소와 같은 시각에 했으니까요.

그냥 퇴근 인사를 평소보다 조금 길게, 기껏해야 10분 정도 했던 것을 제외하고는요.


그리고 퇴사한 다음 날은 조금 당황했습니다. 주말도 아니고, 공휴일도 아닌 평범한 날에 아직 침대에 누워 저절로 떠지는 눈을 억지로 감으며 백수가 된 첫날을 온몸으로 실감했습니다.


네. 저의 올해 목표는 퇴사였지만
백수는 아니었습니다.

아, 요즘에는 백수(白手)라는 날 것의 느낌보다 조금 더 완곡한 표현으로 홈프로텍터(home protector)라고 합니다. 백수보다는 조금 세련된, 이상하게 덜 섭섭한 단어입니다. 왜 홈프로텍터라는 단어가 백수보다 더 위로가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남편과 아이 둘이 있는 집이라 제게 홈프로텍터보다는 하우스와이프(house wife), 가정주부라는 말이 더 맞는 말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왠지 저는 가정주부라는 포지션이 좀 어색합니다. 직업란에 가정주부라고 체크할 때면 기분이 이상해지거든요.


퇴사를 하면서 홈프로텍터가 되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한 가지 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있는데요.


바로 브런치북 연재입니다.


근무를 하면서 퇴사를 앞두고, 퇴사를 하면서 느꼈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고 알아주길 바랐습니다. 친구들은 힘들겠다며 공감하긴 했지만 곧 다른 이야기로 관심을 넘겼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저의 대나무 숲, 브런치에 제 이야기를 썼습니다.

제 선택은 옳았습니다. 퇴사 결정만큼이나.

분하고 억울한 감정을 키보드에 꾹꾹 눌러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서툴게 쓴 감정을 읽고 고치는 과정을 반복하며 막혔던 감정이 제법 해소가 되었답니다.


목표는 퇴사였지만 생각지 못한 결과들을 경험하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합니다.


퇴사가 아니었다면 저는 여전히 브런치북 연재를 해보지 못했을 테니까요.


2025년이 열흘정도 남았습니다.

여러분은 아직 시작하지 못한 올해 목표가 있으신가요?

남은 기간 동안 목표를 달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열흘, 일주일짜리 단기 목표로요.

어렵지 않은 가벼운 쉬운 것부터 해서 열흘 뒤, 2026년 새해에 다음 프로젝트 연장선으로 이어가도 되겠네요.


독자분들의 올해 목표가 궁금합니다.

목표를 이루고 따라오는 예상치 못한 일들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