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공식 10
일하는 게 힘들다고 하면, 힘들겠다고들 한다. "니가 니 돈 버는건데 힘들다고 투덜대냐"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 키우는 게 힘들다고 하면 "네 새끼 키우는 건데 힘들다고 하냐"라고 한다. 육아가 힘들다고 하면 마치 모성애가 부족해서, 좋은 엄마가 아니라서 그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엄마들이 힘든 마음을 감추고 살아간다.
남들 다 하는 거 힘들다고 하면 유난떤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아이때문에 힘든건 모성애에 어긋나니까. 남들은 아무말안하니까 나도 아무 말 안해야하니 군말없이 아이를 키우는 악순환이 계속 되었다. 그래서 이제 와서야 저출산 문제로 애를 태우게 되었지.
남들도 다 한다고 해서 힘든 게 덜 힘든건 아니다. '독박'육아라는 말이 생긴 것만 해도 크나큰 발전이다. 당연히 여자가 '다 또는 주로' 하는거라 생각했을 때는 독박이라는 말 조차 없었을테니까 말이다. 당연한게 아니니 독박이라는 말도 생겼을테다.
출산율이 낮아져서야 그동안 여자의 희생으로 출산과 육아가 이루어졌음을 깨닫고, 집안일 분담이나 남성 육아휴직과 같은 것들에 사회가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육아를 하는 것은 경력이 단절되는 게 아니다. 인내력, 절제력, 각종 상황을 통합해서 생각해내는 능력까지 오히려 업그레이드된다. 엄마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일자리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여성들을 환영해주었으면 좋겠다.
이제 아빠가 육아나 집안일을 도와주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해야한다고 한다. 남자들 입장에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요구라 느껴져서 불만이 많다. 그러니 여자들이 남자들을 어르고 달래서 시키랜다.
아빠가 아이를 돌보면 칭찬을 해주고, 지적하지 말라고 한다. 칭찬을 자꾸 해주어야 참여하고 '도와'준다나, 어쩐다나. 엄마는 칭찬안받고도 당연히 잘해야하는 건데 아빠는 잘했다고 해주란다.
나는 부모교육 강연에 가서 '부모'가 해야할 일에 대해 말하지만 나도 모르게 '엄마'가 이러이러한 것들을 해주셔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다시 말을 고친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엄마가 아이를 책임진다고 생각하는 거다.
나는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이 싫다. 엄마는 강해야만 한다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엄마가 주가 되고 아빠는 보조가 되는 육아가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을 낳았다고 생각한다. 출산을 했기에 강해진다고? 고통스러운 출산을 했지만 난 여전히 아픈 건 무섭고, 힘든 건 싫다. 그저 두려운 게 많은 인간일 뿐이다.
부모가 함께 아이를 책임지고 돌보는게 당연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