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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윤 Dec 26. 2018

육아하기 전에 이해가 안되었던 것들

엄마의 공식 11



1. 식당 아기 의자


 아이를 낳기 전 식당 선택에 있어 '아기 의자의 유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식당에 들어서서 아기 의자가 세워진 것을 보면서도 '누가 쓰나?'라는 생각도 해본 적 있다. 이젠 식당에 가면 아기 의자가 있는지 없는지 부터 둘러보게 되고, 아기 의자가 있으면 안도의 한숨을 쉰다. 비슷한 가격과 맛일 때, 아기 의자가 있는 식당을 선택하게 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아이를 아기 의자에 앉혀놓았다고 해서 아기가 가만히 앉아있는 것은 아니다. 최대 앉아있어봤자 십 분에서 십오 분이겠지만 그 잠시라도 앉힐 수 있는 곳, 또 잠시 안아주고 다시 앉힐 수 있는 곳이 있으면 그나마 몇 숟갈 내 입에 음식을 집어 넣을 수 있다.

 아기가 밥을 먹고 나면 음식은 다 바닥에 떨어져 있고, 걸핏하면 울고 소리지르는 아기 손님과 굳이 그런 아기를 끌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 건 왜일까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맘충' 엄마들을 손님으로 맞고 싶지 않아서 아기 의자를 비치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육아에 지쳐 한 끼 외식음식으로 해결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식당들은 아기 의자를 비치해주셨으면.

2. 어린 아기에게 스마트폰 보여주는 부모


 엄마가 되기 전, 식당에서 어린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속으로 '어휴, 저 부모는 어린 애들한테 스마트폰을 쥐어주고 있네. 저러니 스마트폰 중독이 되지. 부모가 문제야.' 라고 생각했었다.

 15개월이 막 되가는 아이와 밥을 먹기란 엄청난 스킬을 필요로 한다. '아이 구슬리며 밥을 입에 넣어주기', '이것 저것 주라는 거 눈치껏 갖다 받치기', '던지면 안된다고 하고 줍기', '조금만 지루해지거나 자기 맘에 안들면 짜증내기 시작하는 아이 달래고 지루해지지 않게 하기' 등을 동시에 하면서 내 밥을 먹으려면 정말 순식간에 마시듯 먹어야 한다. 그런데 또 아기 의자에서 빼주라고 울기 시작하면 식사는 뭐, 그림의 떡이다. 핑크퐁을 틀어준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십분 틀어준다고 어떻게 될까 싶었다. 놀랍게도 아이는 '아기 상어 뚜루루뚜루'를 집중에서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이래서 엄마들이 유튜브를 보여주는 구나.' 싶었다. 뭣도 모르고 함부로 비난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영상물은 되도록 보여주기 싫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경우들이 생겨났다. 차를 타야할 때, 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할 때, 밥 먹기 싫다고 입을 벌리지 않을 때. 이런 경우 '잠깐' 아주 '잠깐' 보여주기 시작했다.

 좋은 건 중독되기 힘든데 나쁜 건 어찌나 잘 중독되는 지 몇 번 보지도 않는 녀석이 내 핸드폰만 보면 '포', '포' 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핑크퐁을 보여달라는 요구였다. 안된다고 하면 바닥에 구르면서 울었다.

 나는 초등학생들의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에 스마트폰 말고 재밌는 걸 만들어주라, 절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협상부터 시작하라와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곤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스마트폰을 너무 자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두 살짜리 아이도 내가 스마트폰만 보면 달려와서 핑크퐁을 보여달라고 하니까.

 일단 지금은 아이가 너무 어려 협상은 불가하다. 안 될 땐 설명없이 안 된다고 하고 안 보여주고, 집에서는 최대한 재밌게 놀아주려고 한다. 그랬더니 이젠 밥먹으려고 아기의자에 앉으면 핑크퐁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 '포', '포'를 외친다. 그러면 먼저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주며 밥을 먹인다. 그래도 안 되면 잠시 보여준다. 외출 시에 어쩔 수 없을 때는 보여준다. 벌써 스마트폰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나 보다.

3. 전업주부인데 어린이집 보내는 엄마


 세 번째로 이해 안되었던 건 사실... 전업주부인데 어린이집을 일찍 보내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다. 아이는 엄마가 세살까지는 붙들고 있어야한다는 게 많은 육아서에서 하는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일터에 나가는 것도 아닌데, 집에 있으면서 왜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일까, 정말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엄마인가보다, 라는 건방진 생각을 했다.

 아이를 키워보니 알겠다. 하루종일 세상과 단절되어 아이와 있는 시간들이 얼마나 힘들 수 있는지를. 육아가 힘든 건 잠이나 식사와 같은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체력적인 면에서 힘든 것도 있지만, 외로워서 힘든 게 참 크다.

 나 역시 조리원을 나오며 조리원 모임을 만들었다고 연락하는 아이 엄마가 있었는데 이사를 하는 바람에 조리원 동기같은 건 없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아서인지 동네 엄마들도 아는 사람이 없다보니 하루 종일 '베이비토크'만 하면서 아이와 있어야 하는게 답답함으로 다가온다. 혼자 있길 좋아하는 성격인데다 출근을 안하는 방학 때도 책과 TV만 있으면 일주일 넘게 밖에 나가지 않고도 잘만 지냈는데 아이와 있는 건 다르다.

많은 엄마들이 살기위해 어린이집에 보냈다고 말한다. 잠시 몇 시간이라도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엄마에게 얼마나 힘이 될 수 있는 지, 왜 어린이집에 보내야했는지 이해가 된다.

 내년 3월이면 18개월이 되는 우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 세 시간 정도라도 보내고 싶은데 엄마만 안보이면 우는 아이를 기관에 맡길 수 있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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