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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윤 Jun 11. 2018

육아휴직이 만들어준 이토록 완벽한 순간

엄마의 공식 3

 난 요즘 전업주부가 되었다.

 교사가 되고 힘들 때는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선생님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막상 육아휴직에 들어오려고 하니 또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더라.
여기저기에서 도움을 받고 있지만 역시 육아를 하는 주부의 삶도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부모교육 강연을 가면 요즘은 간혹 아빠들도 보인다. 하지만 99프로가 엄마들이다.

맞벌이하는 엄마들도 많다. 경제활동은 같이 하면서 왜 육아의 책임은 엄마한테 과중하게 느껴질까 하는 부분이다. 아빠가 육아 휴직하거나 전업주부의 길을 걸으면 떠들썩한 일인데 엄마는 당연한 일인 것도 이상하다.




출처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요즘 아이들에게 돈 있는 집의 엄마들은 전업주부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서 놀란 적이 있다. 5학년 학생들에게 조선 여성의 삶이라는 내용을 가르치던 사회시간이었다. 바깥 생활이 자유롭지 못하고 집안에서 바느질만 해야 했던 조선 여자들에 대해 말하면서 '답답했겠다, 불평등하다'는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선 여자들은 다 전업주부였어. 와. 부자였나 봐."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맞벌이하는 엄마들이 지치고 고되어 아이들에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살림까지 하는 게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은 전업주부맘도 워킹맘도 다 힘든 것 같다.

 교사라는 직업이 어떻냐고 물었을 때 많은 선배교사들은 아이 키우는 데 참 좋다,라고 말했었다. 그렇다. 출퇴근 시간도 일정한 편이고 퇴근시간도 네 시 사십 분(점심시간이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서이지만)으로 이르고 임신해서는 초기와 후기 모성보호시간이 보장되어 두 시간 일찍 퇴근 가능한 데다가 만 1세 이하의 아이를 육아하고 있으면 매일 한 시간육아시간도 사용 가능하다. 거기다가 방학도 있고 3개월의 출산휴가에 아이 한 명당 3년의 육아휴직, 그중 1년은 유급. 아이가 만 9세 이하까지 3년을 언제든 나눠 쓸 수 있다. 내가 봐도 완벽한 조건이다.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이러한 복지 때문에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육아하면서 저러한 보장 정도는 모든 직업이 가져야 저출산이 나아질 수 있을 테다.

 아기띠 메고 유모차 끌고 낑낑대는 아기를 데리고 밖에 나가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이다. 난 내 직업의 혜택으로 내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충분히 지켜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리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기 때문에 내 직업을 그만두고 경단녀가 되어야 했다면 이 시간들이 너무 희생적이게, 지루하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대한민국 모든 부모들이 가져야 할 당연한 권리이다. 이러한 권리를 뺏어서 평등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누구나 내 일을 할 권리와 내 아이를 키울 권리를 엄마와 아빠가 함께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와 함께 나가서 아이는 잠들고 난 잠시 대학원 공부를 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었던 시간.
이 시간이 이토록 완벽할 수 있었던 것은 잘 정비되어있는 육아휴직제도 덕분이다.  




* 처음에 '-했어요' 문체로 시작했다가, '-다' 문체로 다음 글을 썼다가..

 오죽이나 헷갈려하다가 아무래도 '-다' 문체가 조금은 더 담백하게 생각을 쓸 수 있어

 문체를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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