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공식 2
대학 때는 뭔 자존심인지 자신감인지 몰라도 옷을 신경써서 입거나 화장을 하는 건 자신의 본모습이 자신감없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라 생각했다. 별로 꾸미지 않아도 봐줄만한데 뭐, 하며 말이다.
(지금은 선천적인 외모를 후천적 노력으로 다듬는 것은 능력이라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말랐던 나는 먹어도 살이 안찐다는 얄미운 소리까지 하고 다녔다. 그땐 진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고 상큼할 때 그 나이에 맞는 예쁜 옷을 더 신경써서 입어볼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나이 들어가면서 화장을 안하는 건 오히려 민폐라는 충격적인 친구의 말을 듣고 대학 4학년 때 교생실습을 가면서 서투르게 아이라인을 그렸다. 그 때 그린 아이라인을 생각하면 지금도 몹시 부끄럽다...
화장품도 명품도 별 관심이 없던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주변 동료들의 풍월을 주워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친구가 내게 얼굴도 몸매도 괜찮은데(자랑아닌 듯 자랑?) 패션감각은 없는 거 보면 그래도 신은 공평하다는 말을 듣고 또 한번 충격.
그 이후로 공부하듯 패션, 화장, 관련 SNS나 잡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몸은 정직해졌다. 성실한 운동없이 살아온 몸은 건강미없는 아기몸이 되어갔고(베이글녀 아님ㅠ) 나잇살이 붙어갔다.
운동을 싫어하는 난 그래도 요가며 피티, 복싱 등을 등록하며 운동을 하고 있다는 위안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들이 출산을 하며 물거품이 된 것 만 같다. 살이 찐 것 뿐아니라 골격이 달라졌달까.
아이가 잡아당길까봐 악세서리는 못하고 옷도 편한 게 장땡. 머리카락을 잡아당겨서 치렁치렁 머리를 풀고다니는 것도 사치.
꾸미고자 하는 욕구 0.
임신 전 입었던 옷들이 하나 같이 작아져버렸으나 지금 옷을 사지 못하겠는 건 내 것이 아닌데 마치 내 것처럼 붙어있는 이 살을 다 빼고 옷을 살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서다.
부인하고 싶은 현재의 내 모습을 보며
대학원 졸업만하면 지방을 근육으로 만드는 연금술을 시행보겠다는 결심인데,
출산 후 6개월이 지나면 몸도 불어난 살을 자기 살로 생각해버린다니 진짜 연금술로만 남아버릴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