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에 대하여
쿨해지자.
우리는 주변에서 많은 모순을 발견한다.
오래동안 함께 살아온 가족을 포함하여 친구, 동료, 애인, 유명인 등 모두에게서 종종 말과 행동이 다르거나, 말이 바뀌거나, 선택이 바뀌는 다양한 모순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 모순들을 지켜보면서 쿨하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거북하거나 마음이 불편하거나, 또 심하게는 그런 모습이 싫다는 생각도 한다.
모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의 근원에는 두 가지 정도의 배경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그 사람이나 상황이 원래 싫어서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너무 믿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싫어하는 사람이 모순된 언행을 보이면, "예전에 너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모순적이냐?"라고 즉각적으로 묻고 싶은 마음이 불쑥 생겨난다. 그걸 입 밖으로 꺼내진 않겠지만.
싫어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면 그 사람이 모순된 언행을 했을 때 기억조차도 안나서 그게 모순인지 아닌지도 모를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이미 당신은 그 사람이 처음 자신의 생각을 말했을때, 이미 그 생각조차도 싫었을 가능성이 높다.
싫은 사람은 무엇을 하든간에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의 일부인 셈이다.
그와 달리 굳게, 진심으로 누군가를 믿으면, 그 사람이 하는 모든 말과 행동도 믿고 마음 속 깊이 응원하기 마련인데, 그런 사람이 기존과는 다른 언행을 보이면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런 모순이 선명하게 눈에 보인다.
그 사람이 내뱉은 말을 온전히 믿고, 심지어는 설득까지 당하고 마음의 최면까지도 걸었던 자신이 바보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믿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다른 꿈을 좇겠다고 하면 좀처럼 아쉽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지만 마지못해 응원한다는 말을 해주고는 씁쓸한 퇴장을 하는 상황이다.
두 경우 모두 너무도 자연스럽게 일상다반사로 마주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그게 쉽지 않은 것이 사람 마음이기에, 굳이, 가급적 상대방의 모순에 담담해지기 위해서는 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것은, 그 사람이 어떤 말과 행동을 했을 때, 그것이 언제든 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넓게 열어두는 것과 나중에 그러한 변화된 언행을 마주했을 때 그저 한없이 이해하고 오롯이 그 사람의 현재를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나라고 모순되지 않고 영원히 일관된 것만 발현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평생을 피 튀기게 언쟁하며 살아온 이들도, 어느 순간에는 말과 선택을 바꾸기도 한다. 마치 케인즈와 하이예크의 논쟁 속에서 한 명이 그랬듯이(긴 설명은 생략)...
다만, 한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이기적인 선택을 위해 보이는 모순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지적할 필요가 있다. 왜냐면, 그것은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행동이니깐.
그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다 이해하고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 사람도 얼마나 많은 생각과 상황을 거치면서 수정한 신념일지 우리는 다 헤아릴 수 없으니깐.
우리 모두가 그런 마음이라면, 자신이 평소와 다른 말과 행동을 보여도, 그저 있는 그대로 우리를 받아들여줄 사람이 있다는 심리적 안전감이 당신을 다시 살아가게 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서로를 위해, 모순도 사랑하고 이해해보는 연습을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해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