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하는 머리는 필요 없다. 그저 순종하는 팔다리만 필요할 따름이다. 창의적이고 혁명적인 생각은 조직을 와해하고 소란만 피울 뿐이다.
머리의 역할은 이미 조직을 장악한 무리들이 다 차지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자원은 말없이 순종하는 팔다리뿐이다. 그저 머리가 지시하는 내용을 불만과 의심 없이 따르는 팔다리만 있으면 족하다.
이것이 독재자의 전형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것을 독재라 하지 않는다. 다수의 팔다리가 동의하여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는 팔다리는 조직에서 퇴출된다. 그저 주위의 팔다리와 발맞추어 순종하고 따르는 것이 조직과 나의 평화를 위한 길이다.
팔다리는 그저 머리가 지시하는 일은 모두 옳다고 생각하고 따를 뿐이다. 머리가 하는 일은 모두 옳다. 머리가 생각하는 것은 좋고 팔다리가 생각하는 것은 나쁘다.
팔다리도 생각할 수 있으나 그 기능은 소멸되어 가고 완전히 사라지려 하고 있다.
내 몸의 독재자가 되지 말자.
잠을 자다가 위와 장이 이탈됨을 느꼈다. 위와 장을 제외한 나머지 나의 몸은 모두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는데 위와 장만이 내 몸에서 이탈되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몸의 다른 부분은 모두 잠을 자고 있는데 위와 장은 잠을 자지 못 하고 힘겹게 일을 하고 있다. 어제 늦게까지 섭취한 음식들을 소화시키느라 잠을 잘 수가 없다.
어제는 특히 매운 음식을 많이 섭취하였더니 위벽을 자극하여 밤새 일을 하면서 쓰라린 고통을 함께 느끼고 있다.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월요일 마라톤 모임에 참가하여 10킬로미터 정도를 달린다. 평소에 달리기를 하지 않던 사람이 10킬로미터를 달리려면 엄청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약 10여 년간 꾸준히 달린 나에게는 그리 힘든 운동은 아니다.
진짜 힘든 것은 운동 후에 갖게 되는 뒤풀이 자리이다. 나는 평상시에는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에 저녁 식사를 하고 그 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저녁에 운동을 한 후에 갖는 뒤풀이 자리에서는 늦은 시간에 술과 음식을 먹게 된다.
뒤풀이 자리는 단순히 식사를 위한 자리일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를 다지는 시간이다. 내가 싫다고 하여 술과 음식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머리는 위와 장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좋은 대로 먹고 마셔댄다. 그 뒤의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음식물 소화는 위와 장에게 맡기고 자신은 알 바가 아니라는 심보다. 머리는 독재자다. 한 번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행하기 전에 자신의 몸과 어떠한 대화도 해본 적이 없다.
머리는 자신이 마셔댄 알코올에 마취되어 아무런 감각도 없이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면서 잠도 잘 잔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자다 보니 자신이 자는 동안에도 위와 장은 힘들게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머리가 아무것도 모르고 자는 동안에도 위와 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처리하느라 잠을 잘 수 없다. 위와 장은 머리가 자신과 대화를 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머리는 자신의 생각대로 할 뿐 단 한 번도 위와 장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경우가 없다. 위와 장도 생각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어필하고 싶은 데 말이다.
위와 장은 그저 하라면 하는 아무 생각이 없는 존재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위와 장도 생각을 한다. 머리도 자신이 무언가를 행하기 전에 위와 장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체 부위에게 말을 걸어 대화를 시도하여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적인 방식이다.
음식을 섭취하기 전에 위와 장에게 가만히 물어본다. 지금 음식을 먹어도 되겠니 하고 물어보고 위와 장의 대답을 들어본다. 대부분의 경우 위와 장은 말한다. 지금은 내가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이미 들어와 있는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번에는 건너뛰고 다음에 섭취하면 안 되겠냐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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