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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of SNU Jan 24. 2022

서울대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그후..

제1편 그들은 왜 일어나지 못 했을까? 그날 서울대학교에서는..

서울대학교 학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학생모임 <빗소리>는 노동자 방문 취재, 노동자-학생 연대 활동 진행, 노동 관련 세미나 및 연구 등의 활동을 하는 인권봉사분과 동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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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일어나지 못 했을까그날 서울대학교에서는...

작년 6월 26일이었어. 그날도 925동 기숙사로 들어가 1층 샤워실, 화장실 청소와 쓰레기 봉투 수거부터 했지. 건물이 낡아 환기가 잘 안돼서 샤워실엔 곰팡이가 매일 넘쳐나. 많은 학생들이 거주하다보니 10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가 하루에 6~7개씩 나오지. 4개 층을 엘리베이터 없이 오르내리며 이 업무를 반복해. 이게 다가 아니야. 독서실, 세탁실 등 건물 내부를 모두 청소해야해. 간신히 한 동을 다 청소하고 나면 저녁에도 한 번 더 반복해야하지. 이렇게 커다란 기숙사 한 동을 혼자서 두 번 청소해야 하루 업무가 끝나는거야. 고된 하루 업무를 끝내고 휴게실에 잠깐 들렀고 고인은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했어.


서울대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께서 지난 6월 돌아가신 것 알고 있지? 재작년 폭염으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한 청소노동자께서 사망하신 사건에 이어 또 이런 일이 벌어졌어. 알려지진 않았지만 7월 2일에는 또 다른 노동자 한 분이 화병으로 가슴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된 사건도 있었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대학교에서 산업재해로 인정한 사건만 41건이야. 전국 대학의 산재 사고 중 10%를 차지하지. 왜 계속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사망하신 청소노동자분들을 비롯해 산재를 인정 받은 노동자분들이 모두 건강하지 못해서 혹은 부주의해서 그런걸까?


아니야. 국회에서도 수년째 서울대학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적했지. 서울대학교 내 여러 직군의 노동자분들도 안전보장과 추가 인원 고용을 수시로 당부하셨어. 하지만 재정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기계 수리 등으로 높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안전바 설치나 휴게실 개선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어. 또 분명 혼자서 하루에 다 감당하기 힘든 업무량인데도, 인원을 적게 고용하니까 업무 부담이 너무 커졌지. 그런데 교육부가 진행하는 종합감사가 있을 거라는 얘기가 돌았고 몇 년째 재정여력이 없던 학교에 갑자기 휴게실이 새로 지어지고 안전바가 세워졌지.     


여섯 달의 장정과 끝나지 않은 죽음

고인의 죽음을 둘러싸고 사망 후 여섯 달이 지난 12월 27일이 되어서야 업무과중,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인정되었어. 196명의 학생이 생활하는, 엘리베이터 없는 4층의 925동을 온전히 한 몸으로 청소해 왔고, 코로나로 쓰레기가 증가했으며, 환기가 어려워 곰팡이가 잘 생겼던 샤워실을 청소해야했던 것 등이 고강도의 노동으로 판정되었어. 또 6월 새로운 안전관리팀장 부임 후, 업무와 무관하고 불필요한 필기시험을 근무평가기준에 넣어 노동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바쁜 와중에도 회의 때는 드레스코드를 요구했던 것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었지.


이렇게 고용노동부 조사, 산업재해예방 TF 간담회, 각종 인터뷰, 외부 인사 방문 등이 있었고 학내외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었기에 6개월이 지난 후에라도 고인의 죽음이 학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인정되었어. 하지만 우리는 사고가 발생하고 부랴부랴 대처할게 아니라 더 이상 학교 구성원분들이 일하시다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적 조치도 취해야해.     


소통의 부재가 낳은 또 다른 문제

산재사고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바로 서울대학교 본부와 노조, 학생 모두가 학내 구성원으로서 ‘소통’하는거야. 안전·휴게시설 정비 외에도, 업무과중에 대해 노조가 추가 인력 고용을 요구한 바 있지. 이에 본부도 새로운 인력을 고용하긴 했어.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오히려 노동자분들이 더 힘들어지는 역효과가 일어났어. 본부에서는 추가 인력으로 업무량을 더는 방법이 아니라, 주말 노동에 대해서 기존 노동자분들을 빼버리고 다른 회사에 외주를 맡기는 방법을 택했어.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지. 첫째는 주말 외주 노동자분들이 해주시는 일이 한정되어 있어서, 기존 노동자분들은 주말에 밀린 일들을 평일에 더 하게 되었다는 거야. 둘째는 업무량은 비슷한데 오히려 주말에 받았던 시간 외 수당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거고. 이렇게 되니까 업무과중의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배가 되었고 임금 문제도 생겼지.

학내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 글을 읽어준 3분의 시간들이 모여 문제 해결에 큰 힘이 되어 줄거야. 고마워. 다음에는 근로 환경 개선 및 강도 완화에 대한 서울대학교 본부의 대응을 더 자세히 다룬 기사가 연재될 텐데, 앞으로의 글들도 많은 관심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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