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종합감사, 그게 뭐가 문제야?
종합감사, 그게 뭐가 문제야?
2021년 6월, 서울대학교 기숙사인 관악학생생활관(이하 관악사) 925동 휴게공간에서 청소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어. 지난 2019년 8월 한 청소노동자가 사망했던 사건 이후 불과 2년만에 또 다시 비극이 일어난 거지. 이 사건의 발생 이후, 정치권에서도 여러 비판이 제기된 바 있어.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윤영덕 의원은 사망 원인의 정확한 규명을 위해 교육부 종합감사와 고용노동부 특별감독을 서울대학교에 요구했어. 놀랍게도, 서울대학교는 법인화가 이루어진 2011년 이후 한 번도 교육부 종합감사의 대상이 되지 않았거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인화 이후 최초로 종합감사가 이루어진 거지.
이러한 요구에 대응하여, 교육부에서는 지난 9월 8일 서울대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감사계획을 공시했고, 2018년 3월부터 2021년 9월까지의 기관 운영 전반을 범위로 감사를 진행하기로 밝혔어. 종합감사는 2021년 9월 27일부터 10월 13일까지 실시됐고, △교직원 인사 및 복무 관리 △입시, 학사 및 장학금 집행 관리 △예산 및 회계 관리 △시설물 및 안전관리 등의 여섯 항목이 주요 감사내용이었어. 사망 사건 이후 종합감사의 진행은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어떤 점에서 문제가 되는 걸까?
종합감사에 앞서 갑자기 공사를?
지난 8월, 유튜브 채널 ‘씨리얼’에 이번 관악사 청소 노동자 사망 사건 유족의 인터뷰 영상이 올라왔어. 고인의 배우자 분 또한 기계전기 직군 노동자로 서울대학교에서 근무하셨다고 해.
“서울대학교가 감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잖아요. 안전바를 막 설치하고, 미화 휴게실을 하루만에 부수고, … 공간을 마련해서 샤워실을 만들어주더라고요. … 그동안은 항상 돈이 없다 그랬거든요. … 근데 왜 갑자기 그렇게 막 공사를 하기 시작할까요. … 그 정도까지 몰려야 무언가를 하는 거예요.”
안전바는 기계전기 직군 노동자가 높은 곳에서 근무할 때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것으로, 이번 사건 이후에 설치됐다고 해. 또, 노후화된 설비의 교체와 휴게 환경 개선을 위한 공사도 이루어졌어. 학생회관 권역 매장에 공동 휴게실이, 302동 및 자하연 식당에 남자 휴게실이 신설되었고, 학생회관, 기숙사, 302동 등 3개소 식당 휴게실의 환경개선공사도 이루어졌어. 이 외에도 근무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여러 공사가 이루어졌는데, 이때 문제는 이전부터 노동자와 노조 측의 지속적인 개선 요구가 있어왔다는 거야.
2019년 발생했던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으로 시설관리직원에 대한 처우개선 요구가 증가했고, 2020년에 휴게공간이 개선된 바 있어. 그런데, 학내 식당 중 자하연 식당 휴게실은 비가 세고, 사람이 발 뻗고 누울 수도 없을 정도로 매우 취약한 환경이었고, 노조측이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 요구를 해왔음에도 2019년 이후부터 건물 구조 등의 명분으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해. 자하연 식당은 주방 안에 노동자 휴게시설이 위치해 있는데, 1) 이 공간이 협소해서 더이상 쪼개어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이 없고, 2) 휴게시설 개선 공사를 진행하게 되면 영업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로 에어컨 설치 등을 제외하고선 개선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 2020년에도 개선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다가 갑자기 ‘이틀만에’ 그동안의 명분이었던 협소한 주방이 아닌, 넓은 식당 홀 한 쪽에 휴게시설이 만들어졌어. 바로 이때가 종합감사 시점이었고.
이처럼, 이전부터 노동자와 노조는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해왔어. 특히, 노조 측에서는 분기별 노사발전 협의회 때와 위험한 상황, 노동 환경 개선이 필요한 상황 때마다 휴게 공간의 개선을 요구했었다고 해. 하지만, 이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 그러나, 정치계 인사들로부터 종합감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던 지난 7월 이후로 공사가 급격히 이루어졌어. “그동안 조치를 미뤄오다 종합감사 예정 후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닌가”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이제 그만해야 할 때.
2019년과 2021년, 약 3년 사이 두 번이나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어. 사건 이후 노동환경 및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었으나, 이는 수습에 불과했지. 이제는 사건이 발생하면 수습하고, 또 사건이 발생하면 수습하는, 쳇바퀴 같은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해. 안전이라는 것은 일이 일어난 뒤에 처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애초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확보되어야 하는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니까. 도둑 맞은 뒤에 집을 고쳐도, 도둑 맞은 소중한 것들이 돌아오지 않아. 미리 튼튼하게 집을 고쳐 놓아야 하지. “그 정도까지 몰려야 무언가를 하는” 모습이 더 이상은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