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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루 Apr 13. 2022

공원예찬(公園禮讚) 생물편

어서 오세요, 우리 공원에

1. 그런 공원이 있어요?


공원이 누구를 위한 공간이냐는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

공원은 분명 공공장소로서 모든 사람들이 쾌적하고 편안히 이용할 수 있야만 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기호와 개성을 만족하는 공원은 가히 유토피아라 불릴만한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들이 원하는 어떤 공원의 형태는 또 어떤 사람들에겐 배타적인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공원 속 생물들

또한, 여기에서 다시 한번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

공원은 도심 속 녹지 공간으로서 사람을 제외한 생물들 역시 일정 부분 

그들의 생태적 지위(ecological niche)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지위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결국 공원을 생물학적 안정성 불안정해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공원을 이용하는 사용자에게 그 피해가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적이지만 모순적인 공원

그렇기에 공원을 관리하는 담당자로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공원을 찾기보다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 쪽으로 그 공간을 관리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리고 관리측면에서 공원 속 다양한 생물들에 대해 대처하기는 특히 까다롭다.

누군가의 만족을 위한 공원의 변화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의 불만족, 균형의 깨짐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 그런 공원

그것이 내가 1년 반 동안을 공원을 관리하며 내린 이상적이지만 모순적인 공원의 모습이다.


2. 공원과 식물과 곤충


공원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식물이다.

식물은 그 크기와 생활사에 따라서 목본과 초본, 관목과 교목, 일 년생과 다년생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식물들의 입체적 공간 기반으로 

여러 종류의 곤충들은 식물들과 사계절을 상호 공생한다.

이 둘은 공원의 푸르름을 유지하는 주체이자 중심축이다.


식물

아쉽게도, 공원이 주거지와 인접하여 있을 때 공원 속 식물들은 사람들에게 민원의 대상이 된다.

낙엽수의 경우, 적절히 관리된 수목으로부터 파생되는 소량의 예쁘게 물든 낙엽이라 할지라도

인근 주민에겐 군인들의 눈과 같을 뿐이다. 그렇다. 쓰레기란 소리다.

상록수의 경우, 송화가루가 주차된 차에 떨어져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또 자연히 발생되는 낙엽들은 바람을 타고 인근의 주택가로 가기도 하며 

심한 경우에는 주택의 배수로를 막아 누수를 일으키기도 한다. 


곤충

또한, 계절적 이상으로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발생하는 돌발해충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그들의 생태적 지위를 누려야 하기에 나타나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만

무더기로 발생하는 해충이 집 담벼락을 넘어 내부까지 들어오는 상태까지 왔을 땐

주민들과 이용자들에게는 주거지 인근 공원임을 감안하더라도 불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3. 공원과 강아지와 고양이와 비둘기


식물과 곤충은  (위치)과 결부되어 있는 생물들이라고 본다면

강아지와 고양이와 비둘기와 같은 생물들은 독립적으로 공원 공간과의 물리적 연결성은 낮지만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매개로 공원 이용 환경에 지대하게 개입할 수 있다.

공원과 동물들 사이의 매개체가 된 이용자들은 각 이용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데

위에서 이야기했던 배타적인 공원 이용 형태가가 여기에서 발생한다. 

강아지, 고양이, 비둘기 모두 개의치 않아하는 이용자도 있는 반면

강아지, 고양이, 비둘기 모두를 싫어하는 이용자도 있는 것이다.


강아지

1인 가구 세대의 증가와 맞물려 반려동물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였지만

산업 규모에 걸맞은 시민의식이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듯하다.  

많은 공원 이용객들이 반려동물 산책 에티켓(목줄, 입마개, 배변봉투) 미준수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내로남불인 소수의 견주들로 인하여  다수의 규칙을 준수하는 견주들까지 매도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강아지의 경우, 공원녹지법과 동물보호법에 의하여 위반자에게 법적 제재를 받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공원에서의 감시 및 단속 활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이용 행태가 이용자의 양심에 달려 있어 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고양이

집 안에 강아지가 있다면, 집 밖에는 고양이가 있다.

강아지와 마찬가지로, 도시 속에서 고양이는 상당히 독특한 생태적 위치를 갖게 되었다,

그들은 먹이사슬에서 이인자의 위치를 유지하면서,

일인자인 인간에게 "귀여움"이라는 생존 무기로 공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인 없는 고양이들은 그 독보적 위치에서 점점 그 개체수가 많아지고 있다.

하나의 생물로서 이러한 동물들을 공존하기 위하여 캣맘, 캣대디 활동은 점차 활발해지고 있고

동시에 개인의 사유지, 생활권 침해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하여 고양이 보호 활동은 공유지인 공원으로 점차 확장되었고

과도한 고양이 보호소, 급식소 활동은 공원 이용객과 마찰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비둘기

비둘기의 경우는 고양이와 다르게 "혐오감"이라는 그들의 이미지로 생존하고 있다.

비둘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과 닿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반복학습에 의해 대부분의 접근이 위협이 아니라는 사실을)

웬만큼 가까이 가더라도 그들은 날지 않고 걷는다. 굳이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식성 또한 잡식성이기 때문에 공원이나 녹지의 씨앗, 벌레, 음식물 쓰레기, 부스러기 등

다양한 음식 공급원을 가지고 있어, 그들의 개체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간혹 공원에서 비둘기 먹이를 주는 분들이 있다. 

강아지와 고양이 문제보다는 그 빈도수가 덜하지만, 이 역시

공원 내에서의 먹이주기 행위는 비둘기를 싫어하는 이용객에게는 불편함의 대상이 되고 있다.


4. 그런 공원이 있기 위해서

 

불편한 동거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만을 들을 수는 없다.

단순히 불편함만을 근거로 제거해 나간다면 , 공원은 더 이상 공원일 수 없는 것이다.

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공유지의 비극의 중심엔 결국 사람의 욕심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 공원이 있기 위해선, 공원이 외부에 열려 있는 하나의 생태계라는 인식과 함께

그 생태계를 이루는 각 구성원들(서로 다른 이용자들을 포함한)에 대한 인정과

그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며,

비로소 그때, 그런 공원으로 나아갈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공원 상주 생물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법


공원에 상주하는 생물들의 문제 해결 접근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공원 조성 계획 전이라면, 인위적 공원 조성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을 최대한 추적하고, 발생할 수 있는 곳을 계획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완벽한 계획이란 것이 있을 순 없겠지만, 

뻔히 문제가 예상됨에도,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는 것인 바보 같은 짓이다. 

조성단계에서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불편함과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유지관리비용을 영구히 제거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이미 조성되어 있는 공원이라면,  수목 전정, 변경, 방제 등 세심한 관리를 통하여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인근 주민들의 불편함을 최대한 줄여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공원 인근 거주의 혜택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적절한 관리 조치가 이행되어 그 불편함이 체감상 줄거나

설사, 문제 해결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못하더라도, 

관리 주체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보여질 때

해당 문제에 대한 인내심은 높아질 수 있다. 


공원 방문 생물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법


공원에 방문하는 생물들의 문제 해결 방법 또한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공원에서 

법으로써 명확히 해당 생물과 인간의 행위에 대해 규제를 세우는 것이다. 

이는 강력한 통제수단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문제의 발생 원인과 배경을 밝혀 동류의 여러 문제들의 근본적인 해결을 해줄 순 없다.

모든 생물에 대한 모든 규제는 현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양쪽이 서로 한 발 물러나 서로의 입장에서 타협점을 찾는 것일 것이다.

이미, 공원녹지법에서는 분명하게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하게 이러한 생물과 이용자의 행위에 대해 어떻게 처리해야 되는지에 대한 규정은 모호하다.

하지만 이런 모호한 법이 의미하는 바는, 이용객들은 공원 이용 중 다른 이용객을 고려해야 한다는

당연하고도 보편적인 책임, 의무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공원은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 전제 위에서만 분명히 완벽한 해결책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선순환적 프로그램의 전제


반려동물과 공원에서 산책할 자유가 보장되기 위해서

고양이의 추운 겨울을 지낼 공간이 마련되기 위해서

비둘기가 혐오의 대상이 아닌 다시 평화의 상징이 되기 위해서

먼저 다른 이용객들의 공원에서 안전하고 쾌적히 산책할 자유가 

먼저 보장되어야 함을 부디 알아주시길 기도한다.

나보다 남에 대한 배려가 선행되었을 때

각 생물들의 인식 개선과 적절한 개체수 조절, 공원 이용객의 체험이 이루어질 수 있는 

선순환적이 프로그램이나 캠페인이 만들어질 수 있고 진행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들은 결국 이용자들의 서로에 대한 오해를, 인식을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5. 공원예찬(公園禮讚)


주위에 공원에 나가보자.

당신의 그 공원에는 어떤 계절이 왔는가.

그리고 그 계절 속에, 당신은 어떤 꽃들과, 동물과, 사람과 같이 있는가.


바쁜 일상 속,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짙은 녹색의 공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이 속에서 만족하길 바라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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