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축복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야.
그리고 그 누군가가 친구이기에, 또 너이기에
지금 하는 축사의 한 줄을 적어 내려가는 것은
무척 기쁘기도 하지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봐보고 해도
이제까지 적은 축사가 맘에 들지 않네.
시간은 참 많았는데,
이 종이 위에 어떤 말을 적어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와
그냥 베끼지 말고 내식대로 써야겠어.
네가 맡긴 축사니까 이상해도 참아라.
너는 교회를 다니고, 나는 절을 다니고
네가 불러도 교회는 안 갔었는데
너의 결혼 덕분에 드디어 교회를 왔네. 하하.
스물에 처음 알게 된 너는
그때도 맑았고, 지금도 참 맑은 아이야
서로의 종교가 달랐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이야기하고 고민하던 것은 항상 같았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
너는 너의 방식으로
나는 나의 방식으로 그 답을 찾아갔지.
결혼소식을 전하는 너의 얼굴에서
네가 계속 기다리고 있던,
너의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이
너에게 보낸 사람이란 믿음과 확신이 느껴져
사랑받고 있구나 보이니 참 다행이야.
아직도 우리는 너무 어려서
그 사랑이란 것이,
살아가는 방법들이 아직도 어렴풋해.
김광석의 노래가사처럼
“난 아직 그대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대 마음에 이르는 그 길을 찾고 있어
그대의 슬픈 마음을 환히 비춰 줄 수 있는
변하지 않을 사랑이 되는 길을 찾고 있어.”
나도 이 변하지 않을 사랑이 되는 길을 찾고 있어.
너가 한발 먼저 앞으로 갔네.
우리가 찾던 길의 또 다른 시작에 서 있어.
그 결혼이라는 시작에서, 또 연습에서
사랑함으로써, 같이 살아감으로써
서로 하나만을 사랑함으로써
서로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과 가족이 되어서
결국엔,
너의 삶이 변하지 않을 사랑이 되는 길이 되어서
그 방법들을 내게도 그전처럼 알려줘
그러니까 잘 살아야 해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부족한 축사야.
딱히 더 채울 것이 없네,
어쩌다 보니 잔소리만 가득 담았다.
행복하게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