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This Bitter Earth / On the Nature of Daylight _ Max Richter
2. Fyrsta_ólafur arnalds
3. Stars _ Nina Simone
어둠 속에서 사람들의 검은 형체와 웅성이는 소리만 존재한다. 아직 적응되지 않은 시야는 까만 하늘이 맑은 건지 흐린 건지 확신을 갖지 못한다. 그럼에도 별은 쏟아질 듯이 반짝인다. 목이 꺾이게 하늘을 올려다본다. 우리는 하늘 한 지점을 알아보며 서로에게 작은 감탄을 보낸다. 저게 은하수잖아. 3년을 걸쳐 드디어 은하수를 보았다. 차에 두고 온 이어폰이 생각났고, 감독님은 기꺼이 다시 차까지 다녀왔 다.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끼고 꼭 기다리던 음악을 재생한다. 우주를 만날 때 듣고 싶던 음악을.
눈으로만 담길 원하며 어떤 장비도 챙기지 않은 것이 아쉬워지기 시작한다. 마침 떠오른 달을 보면서. 스마트폰의 노출을 최대한 길게 설정하여 나름 은하수와 별을 담아낸다. 내 허리 좀 붙들어봐, 최대한 정지한 상태로 찍어야 해, 여기 바위에 걸쳐 놓으면 괜찮아, 고군분투하는 우리가 안쓰러웠는지 얼굴은 전혀 볼 수 없는 한 커플이 기꺼이 삼각대를 빌려준다. 민망함과 감사함을 드러내며 은하수를 담아냈다. 목소리만으로 그들을 찾아 다시 돌려주며 감사 인사를 전한다.
하늘과 가까이 닿은 이곳이 사진으로만 보던 우주의 한 행성처럼 느껴진다. 소란스럽지 않게 별과 은하수는 자리를 옮긴다.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무리 눈으로 계속 바라봐도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어느새 자리를 옮긴 풍경을 보며, 왈칵 울음을 쏟아내 본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동시에 감히 그 풍경과 가까이 닿아있음에 너무 특별해진 것 같아서. 광활함이 나의 속으로 빨려 들어온 것이었을까. 그렇게 한참을 소란스럽지 않게 시간을 보낸다. 여전히 곳곳에 핸드폰과 자동차 불빛만이 가끔 반짝이고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려온다. 하지만 그 누구도 겁내고 있지 않는 그 시간. 공포감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어둠에서 다음을 기약하며, 아마도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대화를 하며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