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을 찾는 이유 2
돈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한 스무 살 이래로, 내가 처한 다양한 상황들에 따라 여러 차례 소비의 기준이 바뀌었다. 학생 때는 거의 모든 순간 '필요'만을 위한 소비를 했고, 그 '필요'의 기준도 때론 극도로 엄격해져서 하루에 밥 한 끼 먹으면 됐다 싶은 나날이 있었다.
처음 직장인이 된 후, 지금 생각해 보면 착취 수준이었지만 아무튼 당시 내 기준 큰돈이 매 달 통장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아르바이트와 과외 정도 했던 나에게 그 숫자는 영 낯설었다. 또다시 새로운 소비 기준을 세울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미래의 나를 위해 저축이란 걸 시작했고, '필요'의 범위도 조금씩 넓어졌다. 무엇보다, 새로운 소비 항목이 생겼는데 그건 바로 응원이다.
월급을 받게 된 이후 가장 먼저 몇몇 단체에 정기 후원을 시작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오면, 도서관에서 볼 수 있어도 이왕이면 구매를 했다. 이런 마음은 때론 소비를 합리화하는 좋은 명분이 되어주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건 구매력을 갖게 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응원의 메시지 같았다.
최근 영화관을 부쩍 많이 찾게 된 데에도 그런 이유가 작용했다. 평소 같았으면 어차피 금방 OTT에 공개될 것 같아 관람을 꺼렸을 한국 영화들도 일부러 보러 가기 시작했다. 때론 가까운 멀티플렉스가 있어도 일부러 돌아서 작은 영화관을 찾곤 했다.
코로나를 거치며 눈에 띄게 활기를 잃은 극장을 볼 때마다 이 공간이 이렇게 영영 쇄락하다가 사라질까 걱정이 되었다. 어릴 때 사촌 동생들과 함께 극장에 가서 <피터팬>을 보며 느꼈던 설렘을 여전히 기억한다. 이 문화를 지키고 싶다는 꽤나 거창한 마음은 내게 의외로 강력한 동력이 되어주었다.
도대체 직원들을 왜 이렇게 없는 건지, 티켓 값은 왜 자꾸 비싸지는 건지, 대체 이런 구린 영화는 누가 투자하는 건지, 시종일관 속으로 투덜대면서도 여전히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지켜보고 가끔씩 오는 눈부신 순간들이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한 좌석 네모 한 칸 만원 남짓 돈으로 응원까지 하겠다는 내 목소리는 너무너무 작아서 아마 아무도 들을 수 없겠지만, '필요' 말고 이런 마음으로 하는 소비도 있다는 것을 나도 종종 의아해하면서 다음 주엔 또 어떤 영화를 볼까 예매 어플을 떠돌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