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첫 드라마의 종방연에 갔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이거 완전 <빅 피쉬> 엔딩이잖아? 장례식 장면이었다. 에드워드의 기상천외한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이 다시 나와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꽃으로 뒤덮인 그의 관을 바라보고 저마다 웃으며 그와의 추억을 나눈다. 눈물 나게 밝은 장례식이었다.
최근 또 한 편의 드라마를 떠나보내며 종방연에 참석했다. 여전히 종방연 날이 되면 영화 속 그 장면이 떠오른다. 배우부터 스탭까지 이야기 속 등장인물 모두가 한 자리에 속속 도착한다. 풀어진 얼굴로 지난 시간들을 곱씹는다. 사전 제작 시스템이 보편화되며 촬영만 끝났지 아직 방송이 종료된 것은 아니지만 그럴듯하게 부를 다른 이름이 없어 여전히 '종방'연이라고 부르는 이 행사에서, 정확히 같은 조합으로는 앞으로 영영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그럼에도 여전히 멋진 나중을 기약한다.
좋았던 것은 떠들썩하게 기억된다. 힘들었던 것은 농담이 되어 작아진다. 유난히 금방 타버리는 고기 앞에서 저마다 배를 채우기보다는 부지런히 잔을 부딪히고, 어쩌면 서로 마지막이 될 한 마디를 나눈다.
떠들썩한 열기 속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하나의 의식을 치르는 중이다. 그 모든 좋았던, 나빴던 혹은 복잡했던 시간들을 큰 보자기에 한 데 모아 잘 감싸고 마지막으로 리본까지 묶어 보내준다.
작별의 시간이 공식 행사로 존재한다는 건 여전히 황송하다. 우리 삶 속 대부분의 일들에서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마무리란 건 사치에 불과하니까. 이 업의 낭만은 사실 이런 작은 순간들에 깃들어 있다. 그 안에 뭐가 있었든 나중에 들여다보면 남은 것은 예쁘게 매듭지어진 꾸러미 한 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