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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 Apr 08. 2024

더 나아지고 싶다는 마음

새 프로젝트에 들어오고 자발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잘 만든 혹은 혹평을 받은 작품들을 보며, 매일 다섯씬씩 장면 분석을 하고 있다. 이 대사에서 이 샷을 썼구나, 이 씬에서는 A의 감정에 집중했구나, 이런 분위기의 음악을 썼구나. 이걸 왜 지금 와서 하나 싶지만, 지금이라도 하는 게 어디냐 하며 앞서간 선배들(스티븐 스필버그도 아무튼 선배)이 고민한 흔적들을 잠시나마 엿본다.


글쓰기 모임과 독서 모임으로 다져진 터라 이런 굴레(?) 하나쯤 더 추가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혹독한 벌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두 모임과 다르게, 이건 그냥 나 혼자 한다. 당연히 벌금도 없다.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바쁜 하루의 1/24를 이 공부에 투자하는 셈이다. 요즘 일상에 활력을 주는 가장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업무 외 시간에도 계속해서 이렇게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똑똑한 사람들 틈에서 창피당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겠으나, 어쨌거나 결국은 더 나은 직업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 덕분일 거다. 요 며칠은 회식 끝나고 와서도 책상에 앉았고, 하루 종일 바쁠 것 같은 날에는 아침 시간을 이용하기도 했다. 수험생 시절에도 포기 못했던 잠 대신 공부를 택하다니 가끔 이런 내가 신기하다.


일과 삶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는 늘 숙제다. 하지만 더 나아지고 싶다는 동력이 있는 한, 기꺼이 내 시간을 써 가며 계속 새로이 깨닫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 한, 내 삶의 직업 카테고리에서 기대하는 열망은 거의 충족되는 것 같다. 오랫동안 이런 마음이 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 물론 여전히 자주 조급한 마음이 들지만 나 혼자 앉아 배우고 생각하는 시간들이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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