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련 Jul 22. 2024

미워하는 마음

감정에 비해 어감이 너무 귀여운 것 같다

지난 일주일, 사람을 미워하는 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사용했다. 마음 같아서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인스타그램 저격글을 올려대며 세상에 내가 지금 누군가가 밉다는 사실을 마구 떠들고 싶었다. 무능과 나르시시즘에 무책임과 자존심이 더해지면 어떤 끔찍한 혼종이 탄생하는가 뭐 그런 이야기들을 어떻게든 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행히 사회적 자아가 그런 나를 꽉 붙들었고 말들은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무척 유해해서 안에 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다치고 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속으로 수도 없이 나쁜 말과 저주를 퍼붓다가  그렇게까지 사람을 미워하는 내가 미워졌다. 아니, 하지만 너무 최악인  어떡하냐고! 계속해서 미워하는 굴레의 연속이었다.


오죽 답답했으면 인터넷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사람이 너무 미울 때, 누가 너무 미워요, 답은 없었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누가 너무 미우면 사랑해 버린다던 어떤 영화감독의 말은 기만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비겁한 사람까지도 사랑한다고? 아무리 영화 속 캐릭터라고 생각해 봐도, 무능하고 악독한 중간빌런 그 이상도 이하도 될 수가 없는데, 그를 어떻게 사랑하냐고! 아마 그 영화감독은 이렇게까지 후진 사람을 만나보지 못한 게 분명해!


혼자 그렇게 길길이 날뛰어봤지만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미워하는 마음이라는 건 애초에 그 자체로는 처리가 불가능한 감정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원한다고 단념이 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는 끝내 그 마음을 사랑으로 바꿔버리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그럴 깜냥은 되지 않으니, 그냥 어느 다른 구석 좋아하는 사람들의 좋아하는 마음들을 한없이 부풀려 못되게 날뛰는 미운 감정을 잠시라도 눈에 보이지 않게 덮어보기로 한다.

작가의 이전글 정리와 미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