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비해 어감이 너무 귀여운 것 같다
지난 일주일, 사람을 미워하는 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사용했다. 마음 같아서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인스타그램 저격글을 올려대며 세상에 내가 지금 누군가가 밉다는 사실을 마구 떠들고 싶었다. 무능과 나르시시즘에 무책임과 자존심이 더해지면 어떤 끔찍한 혼종이 탄생하는가 뭐 그런 이야기들을 어떻게든 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행히 사회적 자아가 그런 나를 꽉 붙들었고 말들은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무척 유해해서 안에 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다치고 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속으로 수도 없이 나쁜 말과 저주를 퍼붓다가 또 그렇게까지 사람을 미워하는 내가 미워졌다. 아니, 하지만 너무 최악인 걸 어떡하냐고! 계속해서 미워하는 굴레의 연속이었다.
오죽 답답했으면 인터넷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사람이 너무 미울 때, 누가 너무 미워요, 답은 없었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누가 너무 미우면 사랑해 버린다던 어떤 영화감독의 말은 기만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비겁한 사람까지도 사랑한다고? 아무리 영화 속 캐릭터라고 생각해 봐도, 무능하고 악독한 중간빌런 그 이상도 이하도 될 수가 없는데, 그를 어떻게 사랑하냐고! 아마 그 영화감독은 이렇게까지 후진 사람을 만나보지 못한 게 분명해!
혼자 그렇게 길길이 날뛰어봤지만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미워하는 마음이라는 건 애초에 그 자체로는 처리가 불가능한 감정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원한다고 단념이 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는 끝내 그 마음을 사랑으로 바꿔버리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그럴 깜냥은 되지 않으니, 그냥 어느 다른 구석 좋아하는 사람들의 좋아하는 마음들을 한없이 부풀려 못되게 날뛰는 미운 감정을 잠시라도 눈에 보이지 않게 덮어보기로 한다.